| |||
“다음달이면 동아대학교 새내기로 입학하는데 등록금에 보탤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려요”(이동욱, 동성고3) “오늘 제가 장학금을 받은 것처럼 저도 어른이 되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박지은, 양운고3)
한 사람 한사람 이름이 차례로 불리면 단정하게 교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이 앞으로 나와, 할머니들께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받고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낯선 법당에서의 생소한 불교의식이지만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의례 장학금을 받기 위해 모인 아이들은 ‘나는 부모님이 안계시니까’ ‘우리 집이 가난해서 도움 받으러 온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기죽어있기 마련인데, 웬일인지 이곳의 장학생들은 밝고 씩씩했다.
2월 21일 오후 3시 부산불교실업인회관 4층 묘광선원에서는 ‘아주 유쾌한 장학금수여식’이 열렸다. 바로 재단법인 일념장학회(회장 이영채)의 제14회 장학금수여식이다. 일념장학회는 매년 승가대학 및 종립학교 재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에는 전년도보다 많아, 고등학생 10명, 대학생 2명을 비롯해 승가대학과 동국대 등에서 공부하는 스님 4명 등 16명에게 총 1000만원이 전달됐다.
일념장학회의 첫 출발은 경봉 스님의 생전 가르침에 있다.
이영채 이사장은 “경봉 스님께서 극락선원에 계실 당시, 늘 ‘스님들 공부 수발을 잘하라’고 강조하셨다. 그 가르침을 받들어, 현재 미국에서 해외 포교를 하는 법춘 스님의 유학시절 학비를 돕기 시작하면서 일념장학회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매년 장학금을 전달할 때 승가대학 학비지원을 거르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뜻을 모은 지 30년이 지난 지금, 불교계에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는 단체는 많지만, 일념장학회는 오직 어머니들이 주는 장학금이기에 더욱 남다르다. 창립 당시 아주머니였던 회원들은 모두 할머니가 됐다. 하지만 그 신심과 열정은 변함이 없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장학금을 준지 벌써 14년째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좀더 많은 금액을 전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부디 스님들께서 공부에 정진하셔서, 우리 중생에게 깨우침을 주시길 바란다”
이번 장학금수여식에 참석한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은 축사를 통해 “이곳에서 향기를 보았다. 불보살님이 행하는 것을 보살행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의 모성애와 같이 중생을 사랑하고 보살핀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곳에 모인 일념장학회 보살님들의 보살행이 향기가 너무 아름답다”며 “이 자리에 모인 청소년들은, 오늘의 이 장학금을 계기로 가치 있는 삶을 설계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일념장학회의 어머니들이 부처님을 기르는 마야부인들이라면, 이들이 주는 장학금은 엄마의 젖줄기다. 이들이 보살행으로 불성이 씨앗이 자라고 있는 이곳이 바로 불국토다.
문의 (051) 818-9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