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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솔길 백련사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19. 강진 백련사

마당 끝에는 남도의 봄 바다가 다가오고, 도량엔 아직도 듬성듬성 겨울바람이 떠돈다. 뜬금없이 마당에 선 부도의 그림자가 응진전 돌계단을 오르고, 대웅보전의 빛바랜 단청은 편액에 걸린 명필 원교(圓嶠ㆍ이광사 李匡師)의 글씨를 읽고 있다.

요세(了世) 스님이 백련결사(白蓮結社)의 원력을 펼친 도량 백련사. 만덕산 능선 너머엔 다산(茶山ㆍ정약용 丁若鏞)의 유배처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있고, 다산은 유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혜장(惠藏) 스님을 만나러 백련사를 다녔다고 한다.

겨우내 얼었던 돌담 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동백숲에서는 산새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그 옛날 다산이 유배의 쓸쓸함을 밟고 걸었던 오솔길에는 오늘도 붉은 동백이 밟힌다. 봄이 오는 길목. 백련사 오솔길에서 만난 부도에는 문자 하나 볼 수 없고, 떨어진 동백꽃잎엔 찰나의 미련도 보이지 않는다.
글ㆍ사진=박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09-02-22 오후 12: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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