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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끝에는 남도의 봄 바다가 다가오고, 도량엔 아직도 듬성듬성 겨울바람이 떠돈다. 뜬금없이 마당에 선 부도의 그림자가 응진전 돌계단을 오르고, 대웅보전의 빛바랜 단청은 편액에 걸린 명필 원교(圓嶠ㆍ이광사 李匡師)의 글씨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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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了世) 스님이 백련결사(白蓮結社)의 원력을 펼친 도량 백련사. 만덕산 능선 너머엔 다산(茶山ㆍ정약용 丁若鏞)의 유배처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있고, 다산은 유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혜장(惠藏) 스님을 만나러 백련사를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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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얼었던 돌담 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동백숲에서는 산새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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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다산이 유배의 쓸쓸함을 밟고 걸었던 오솔길에는 오늘도 붉은 동백이 밟힌다. 봄이 오는 길목. 백련사 오솔길에서 만난 부도에는 문자 하나 볼 수 없고, 떨어진 동백꽃잎엔 찰나의 미련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