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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전적을 한글과 영어로 옮기는 대작불사에 참여중인 찰스 뮐러 교수(일본 동경대, 56)는 자신의 선체험을 설명했다. 뮐러 교수는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위원장 지관, 이하 간행위) ‘원효 팀’에서 영역화 작업 중인 학자. 원효 팀 뿐 아니라 간행위 영역작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찰스 뮐러 교수의 수행담은 불교학자도 수행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듯 하다.
뮐러 교수의 집안은 종교가 없었다. 물리학자인 부친 밑에서 자란 그는 동양사상과 종교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18세에 인도 요가, 명상을 배우려 명상센터를 다니다가 의과대학을 관두고 10여 년 동안 동양사상을 쫓아 이곳저곳을 다니며 수행했다.
만행(?)을 하던 뮐러 교수는 27세에 미국 스토니브룩 주립대에서 성철 스님 제자이자 재미 불교학자인 박성배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로부터 원효사상 등을 배우며 한국불교에 심취했다. 찰스 뮐러 교수는 “한국불교는 통불교”라고 말했다. “원효와 기화는 완벽한 열린 인식(Open-minded)의 소유자”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불교에 대한 그의 열정은 조선 초기의 기화(己和) 선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만 봐도 짐작된다.
찰스 뮐러 교수는 20여 년을 한결 같이 매일 20분 이상 참선 수행을 한다. 경전을 보다 한문이 막힐 때면 책을 덮고 참선을 해왔다. 뮐러 교수는 “간행위의 번역사업도 수행의 한 과정으로 생각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효 사상은 심오해 아주 가끔 어떤 구절은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금방 문제가 해결됐다”며 웃었다. 뮐러 교수는 “번역 작업 중 막힐 때나 팀원들끼리 의견이 분분할 때면 서로 토론을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간행위가 도입한 다자간 시스템 번역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뮐러 교수의 간행위 작업 중 ‘원효 편’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영역 전문가가 희소한 까닭에 다른 팀의 번역에도 참여해야 한다. 찰스 뮐러 교수는 “후학을 위한 한문-영어 사전편찬 작업 등으로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모두 수행인 까닭에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뮐러 교수는 “한마음(一心)으로 원융회통 했던 원효 대사의 저서를 비롯해 한국불교전서 간행에 미력하나마 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간행위는 1월 17~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5차 공동워크숍을 개최했다. 행사는 간행위가 번역한 원효·지눌 스님 등 한국 역대 고승의 전적 69종의 한글ㆍ영역본 13책 발간에 앞서 진행상황 점검을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