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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가 세계 정신문화의 중심이 되려면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수행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보다 더 큰 회향이 있을까? 겨우내 은산철벽을 꿰뚫는 용맹정진을 쉬는 동안거 해제일에 한국불교에 큰 경사가 있었다.
조계종 종립선원 문경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은 2월 10일 문경시(시장 신현국)와 국제선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제선센터가 들어설 곳은 봉암사 대웅전 앞산 7부 능선부터 시작된 125만9000여㎡(약 38만평) 부지다. 석탄공사 소유의 예정부지는 대규모인데다 개발 허가가 보장된 생산임지(임야)로 그동안 골프장, 공원묘지 사업자는 물론 타종교단체 등에서도 매입을 시도했었다.
봉암사는 석탄공사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문경시와 함께 2020년까지 사업비 600억원을 투입해 국제선센터를 건립한다.
스님은 “외부시설이 들어서면 조계종 특별선원인 봉암사의 수행환경이 훼손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고 말해, 무엇보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봉암사의 수행환경이 지켜지게 된 것에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주지직은 대중에 봉사하는 소임”이라는 스님은 봉암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수행환경 보존에 힘써왔다.
도량 밖으로는 이번 MOU 체결 외에도 봉암사 초입의 상가 대다수를 매입했고, 도량 안에서는 이날 낙성한 동방장 등 9동의 당우 불사를 이뤘다. 모두 수행환경을 염두에 둔 결과였다.
“봉암사 산문폐쇄 당시 봉암사 서쪽의 오봉정 안쪽에 스님들만의 수행공간을 마련하고, 봉암사는 대중에게 개방할 요량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지금은 봉암사 전체가 폐쇄됐지요. 이번 토지매입만 끝나면 당시의 계획이 요원하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함현 스님은 “태국의 아잔 차 스님이 원력만으로 오두막 규모로 시작됐던 곳이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찾아와 불교를 체험하는 숲속 수도원이 됐다”며, 태국의 숲속 수행처 왓 바퐁을 소개했다.
이어 스님은 “지금은 스님들이 수행에 매진할 최소한의 공간으로 남은 봉암사지만, 국제선센터가 세워지면 사부대중이 함께 어울릴 수행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서도 국제선센터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선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지만 모두 설득하고 떠날 겁니다.”
함현 스님의 주지 임기는 4월이면 끝난다. 하지만 스님은 “여기까지가 내 할 일”이라며 후임주지스님이 정해지는 대로 모두 인수인계할 것이라 말했다. 주지소임을 놓고 스님은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국제선센터는 이제 시작입니다. 단시일에 끝내겠다는 조급함 없이 사부대중이 한마음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편 국제선센터 부지 매입에는 안국선원(원장 수불) 대중들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