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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에게 멸빈은 세속의 사형에 비교되는 중징계다. 승려 신분에 관계된 일체를 회수할 뿐 아니라 멸빈조치를 회복시킬 수 없기 때문.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인권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사형제를 대신할 감형 없는 종신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에 자비문중이라 일컫는 조계종에는 1954년 정화운동 이후 종단 내 이해관계 등에 얽힌 540여 출가자가 멸빈 처분을 받고도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1998년 종단사태와 관련한 정우ㆍ원학 스님 등 극소수 멸빈자만이 복권됐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밀운 스님(조계종 원로회의 부의장)을 비롯한 조계종 원로 대종사 24인이 “억울한 멸빈ㆍ제적자를 사면해야 한다”고 나서 눈길을 끈다.
밀운 스님은 2월 10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멸빈자 복권 등을 내용으로 한 청원서를 제출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님은 “종단 분규 결과에 따라 중징계가 내려져 감정적으로 처리된 부분도 있다”며 “멸빈 당하면서도 변론 한번 못한 분들을 종단 차원의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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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한 혜승 스님(조계종 원로의원)도 “해종 행위자로 멸빈당한 사람이 많은데 해종 행위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며 “정치적으로 희생된 멸빈자를 종단화합 차원에서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헌 제128조에는 “징계를 받은 자로서 비행을 참회하고 특히 선행 또는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집행중이라도 징계를 사면, 경감 또는 복권시킬 수 있다. 다만,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는 제외한다”고 규정돼 멸빈자 구제에는 종헌 개정이 필요하다.
멸빈자 사면 관련해 중앙종회에서는 최근에만 2003년 4월, 2004년 3월에 이어 2007년에는 법전 종정스님 교시 후 개정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부결됐었다.
밀운 스님은 “기자회견에 앞서 총무원장 스님과 보선 스님(종회의장)을 만나 멸빈자 사면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며 “여법한 승가화합의 뜻에 따라 종회의원 스님들이 현명한 판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밀운 스님이 제출한 청원서에 따라 총무원측은 3월 개최될 중앙종회에 총무원장 직권으로 안건 상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