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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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동안거 해제 법어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은 2월 9일 무자년 동안거 해제일을 맞아 해제 법어를 발표했다.

다음은 스님의 해제 법어 전문이다.


學道無多字 (학도무다자)니
當人決定心 (당인결정심)이라
忽然都放下 (홀연도방하)하면
物物是知音 (물물시지음)이로다

도를 배움에 별다른 게 없나니
당사자의 결정심 그것뿐이네.
홀연히 모든 것 내려놓아 버리면
두두물물이 모두 내 벗이로다.

이렇게 오늘 대중들이 노래를 한번 불러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철 내내 골똘히 공부한다고 수고들 많았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소득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결제다 해제다 할 게 없지만, 해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성에 젖어 흘러가 버리는 것을 다시금 새롭게 하는 방편입니다.

공부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겠습니까? 반드시 생사를 얽어 묶은 줄을 끊어버리고 말겠다는 굳건한 마음입니다. 이 마음 하나가 모든 반연을 쉬게 하고 구경에 깨닫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무언가에 현혹되어 중심을 잃게 되는 것도 이 결정심이 흐려졌기 때문입니다.

해제를 하고 일주문을 나설 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내게 무어라고 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세요. 과연 내 공부의 분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겁니다. 과거의 어른들이 말씀하셨습니다. 공부는 끝이 없다고 말입니다. 산을 올라가는 것은 보리(菩提)를 구하는 것이요, 내려가는 것은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데 비유했습니다. 어느 것도 멈출 수 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수행자는 어떠한 상황도 모두가 수행의 연장선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간단(間斷) 없이 스스로를 살펴야 합니다.

但務培養根株 (단무배양근주)언정
莫愁其枝不茂 (막수기지불무)어다
但知見性作佛 (단지견성작불)이언정
莫愁佛無神通 (막수불무신통)이어다.

다만 뿌리를 튼튼히 하는데 힘쓸지언정
그 가지가 무성하지 못할까 염려하지 말라.
다만 견성하여 부처를 이룰지언정
부처된 뒤에 신통 없을까 염려하지 말지어다.


참 우스운 말이지만 능히 있을 수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무언가 분명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집안의 공부는 그렇게 하면 근본과는 십만팔천리라고 합니다. 오롯한 마음으로 당장 처한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뿌리를 부지런히 북돋아야 할 때 지레 먼저 나중에 가지나 잎이 무성하지 못할까 염려해서야 되겠습니까? 가지나 잎은 고사하고 뿌리마저 죽이고 마는 우를 범하고 말 겁니다.

매 순간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간절하게 본래면목을 깨닫겠다는 일념으로 정진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도달하는 곳이 있을 겁니다. 그 믿음 하나를 다지기 위해 오늘 해제라는 이름으로 쇄신(碎新)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晝夜天開閤 (주야천개합)하고
春秋地死生 (춘추지사생)이라
奇哉這一物 (기재자일물)이여
常放大光明 (상방대광명)이로다 .

주야로 하늘은 열렸다 닫혔다하고
땅은 춘추로 생사를 바꿈질 하는 구나
기이하구나, 이 한 물건이여!
항상 대광명을 놓고 있도다.

잘 새겨서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9-02-06 오후 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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