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은 2월 9일 무자년 동안거 해제일을 맞아 해제 법어를 발표했다.
다음은 스님의 해제 법어 전문이다.
學道無多字 (학도무다자)니
當人決定心 (당인결정심)이라
忽然都放下 (홀연도방하)하면
物物是知音 (물물시지음)이로다
도를 배움에 별다른 게 없나니
당사자의 결정심 그것뿐이네.
홀연히 모든 것 내려놓아 버리면
두두물물이 모두 내 벗이로다.
이렇게 오늘 대중들이 노래를 한번 불러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철 내내 골똘히 공부한다고 수고들 많았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소득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결제다 해제다 할 게 없지만, 해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성에 젖어 흘러가 버리는 것을 다시금 새롭게 하는 방편입니다.
공부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겠습니까? 반드시 생사를 얽어 묶은 줄을 끊어버리고 말겠다는 굳건한 마음입니다. 이 마음 하나가 모든 반연을 쉬게 하고 구경에 깨닫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무언가에 현혹되어 중심을 잃게 되는 것도 이 결정심이 흐려졌기 때문입니다.
해제를 하고 일주문을 나설 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내게 무어라고 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세요. 과연 내 공부의 분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겁니다. 과거의 어른들이 말씀하셨습니다. 공부는 끝이 없다고 말입니다. 산을 올라가는 것은 보리(菩提)를 구하는 것이요, 내려가는 것은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데 비유했습니다. 어느 것도 멈출 수 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수행자는 어떠한 상황도 모두가 수행의 연장선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간단(間斷) 없이 스스로를 살펴야 합니다.
但務培養根株 (단무배양근주)언정
莫愁其枝不茂 (막수기지불무)어다
但知見性作佛 (단지견성작불)이언정
莫愁佛無神通 (막수불무신통)이어다.
다만 뿌리를 튼튼히 하는데 힘쓸지언정
그 가지가 무성하지 못할까 염려하지 말라.
다만 견성하여 부처를 이룰지언정
부처된 뒤에 신통 없을까 염려하지 말지어다.
참 우스운 말이지만 능히 있을 수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무언가 분명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집안의 공부는 그렇게 하면 근본과는 십만팔천리라고 합니다. 오롯한 마음으로 당장 처한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뿌리를 부지런히 북돋아야 할 때 지레 먼저 나중에 가지나 잎이 무성하지 못할까 염려해서야 되겠습니까? 가지나 잎은 고사하고 뿌리마저 죽이고 마는 우를 범하고 말 겁니다.
매 순간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간절하게 본래면목을 깨닫겠다는 일념으로 정진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도달하는 곳이 있을 겁니다. 그 믿음 하나를 다지기 위해 오늘 해제라는 이름으로 쇄신(碎新)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晝夜天開閤 (주야천개합)하고
春秋地死生 (춘추지사생)이라
奇哉這一物 (기재자일물)이여
常放大光明 (상방대광명)이로다 .
주야로 하늘은 열렸다 닫혔다하고
땅은 춘추로 생사를 바꿈질 하는 구나
기이하구나, 이 한 물건이여!
항상 대광명을 놓고 있도다.
잘 새겨서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