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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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의 시대, 이제는 생명존중 실천할 때”
한국불교학회, 불광사서 겨울 워크숍 개최


2월 3일 서울 불광사에서 열린 한국불교학회 겨울워크숍 모습. 왼쪽부터 조성택 교수 허남결 교수 우희종 교수 안성두 교수.


그저 살인을 즐겼다는 연쇄살인범 강호순씨 이야기가 연일 매스컴마다 흘러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고 있다. 범행현장마다 태연하게 범행을 재현하는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씨의 범행에는 잔인ㆍ잔혹 등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그는 살인행위는 자신의 욕구를 그릇된 방법으로 풀어낸 결과다.

‘일체중생’에는 사람 뿐 아니라 동물 등 유정물, 무정물이 모두 포함된다. 주인 잃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유기견,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물들, 도살장ㆍ도축장에서 도축되는 가축들. 주변의 동물에 대해 안타까움을 갖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또 안타까움에 그치지 않고 개선을 위해 실천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불교학회(회장 김선근)가 2월 3일 서울 불광사에서 ‘불교의 생명존중사상과 동물의 생명권’을 주제로 겨울 학술 워크숍을 개최해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행사에는 우희종 교수(서울대)가 ‘동물학대의 현황과 실태로 본 우리들의 탐진치’를, 안성두 교수(금강대)가 ‘불교정신과 동물의 생명권’을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허남결 교수(동국대)와 조성택 교수(고려대)가 참석했다.

우희종 교수는 “우리 사회 속의 동물학대는 우리의 마음을 비춰내는 거울”이라며 “생산성이라는 탐심(貪心), 육식에 깔려있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진심(嗔心), 그러한 우리의 행위가 빚어내고 있는 결과에 대한 무지라는 치심(癡心)의 반영이 바로 우리 사회 속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불자들 중에는 동물의 생명권이나 불살생계를 이야기하면 ‘그러면 식물도 생명이니 먹지도 말고 죽어야겠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부처님의 상의상존하는 연기법에 따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육식문화를 포함한 동물의 생명권 문제에 흑백의 이분법적 오류를 떠나 생명존중이라는 가치관에서 접근하자는 말이다. <화엄경>의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一微塵中含十方,一切塵中亦如是)’처럼 티끌에 온 우주가 담겨있고 동시에 온 우주 역시 티끌임을 안다면 생명존중에 항시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우 교수는 탐진치의 해결을 인식과 가치기준의 전환으로 제시했다. 깨달음을 인식의 전환 등으로 설명해 온 그간의 주장에 비춰 결국 육식문제의 해결법도 수행이다.

우 교수는 “동물생명에 대한 실천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운동을 통해 이 시대의 빛이 되는 것이 불자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사명”이라며 “‘소욕지족’의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학회 차원의 문화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조성택 교수는 “동물학대 문제는 개인윤리가 아니라 집단윤리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범불교적 차원에서 ‘동물의 생명권 확보를 위한 실천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동의했다.

안성두 교수는 “육식을 하고 안하고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어떤 것이 더 고결한 선택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처님은 육식을 하라고도 금하지도 않았다. 육식의 허용 여부에 집착하는 것이 육식하는 것보다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능가경> 등 대승불교에 이르러 일체중생에 대한 대비심을 강조하며 육식을 금할 것을 제안하게 됐다.

안 교수는 “동물학대는 먹이사슬의 한쪽 끝에 선 인간이 그 힘을 남용하지 않고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성두 교수는 이에 대한 실천 방법으로 △공장식 집단사육을 피하고, 도살할 때 고통을 줄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동물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범위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제거하려는 시도 △동물공장에서 사육한 고기 먹지 않기 △남은 음식 최소화하기 △육식문화의 한계와 파괴성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키기 등을 제안했다.

한편 우희종 교수와 조성택 교수의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문화운동 제안에 한국불교학회는 집행부 회의를 거쳐 위원회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9-02-05 오전 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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