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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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2009 캠페인 ‘부처인 당신을 공경합니다’ - 마음에 연꽃이 필 때까지



임명자(지심행) 시인.
#백천만겁(劫)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불법
부처님 법을 만난 일을 돌아보니, 나는 참으로 어렵게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을 이어가기에 고통스러움을 수없이 견뎌야만 했다.
결혼 후 가족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처님을 만나야 했었다. 30대 초반에 만난 부처님은 기독교 신앙을 가졌던 나의 고정관념 속엔 ‘우상’이라는 두 글자로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갈등의 문제만 해결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몇 년 후, 부처님을 진정 사랑하게 만들어준 귀한 인연 만나게 되었다. 부처님 법을 만나고 보니, 마치 망망대해에서 조각배를 만난 것처럼 설레었고,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환희로웠다.
지금도 가끔씩은 초발심 때의 환희심을 되뇌이며 기도정진에 든다.

#백겁토록 쌓인 죄 한생각에 사라져서
부처님 진리를 차차 알아가니 온통 참회할 일 뿐이었다. 홀 시어머님을 모시는 일이나 외아들인 남편을 만난 것도 다 나의 업이라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부처님께 다가가려는 나를, 가족들은 엄청난 반대로 몰아붙였다. 찰나찰나가 살얼음을 딛고 서 있는 형국이었다. 부처님을 뵙고 오는 날이면 나는 당장에 무애한 부처가 되어 있어야 했다. 지혜가 부족한 나로서는 진리를 절대긍정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또 다른 업을 쌓아가고 있었다.
삼독심(三毒心 탐욕, 성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삶은 날마다 아파트 난간에서 죽음을 연습하였다. 한 마리의 짐승에 불과하다는 처절함에 몸부림쳐야 했다.
부처님께 엎드려 절 할 때마다 눈물로 호소하였다. 나의 업장 ‘백겁동안 쌓은 죄업 한 생각에 없어져서 마른풀이 불에 타듯 남김없이 자라지네’ 가 되어지기를 간절히 발원했다. <천수경>의 이 법어는 내 마음속의 진언이 되어 익어갔다.
무엇이 그렇게 얽히고 설켜드는지 자빠져도 코가 깨어졌다. 집안일도 남편과의 사이도 엉망이 되어 갔다. 남편의 과도한 음주로 오는 불화를 견디어 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정신까지 황폐화되어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한번도 마음 편히 부처님을 뵈러 갈 수 없었던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가난해져갔다. 마음의 분노는 날로 치달아 눈동자는 짐승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렇게 혹독하게 나를 단련시키고 계신듯 했다. ‘견디지 못할 시련은 부처님께서 주시지를 않는다’ 라는 법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럴 즈음 내 삶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다. 종로의 어느 사찰에서 노인무료 급식을 하는 곳에 남편의 눈치를 보며 어렵게 봉사를 나가기 시작했다. 100~300여명 까지 오시는 분들의 먹거리를 만글고 설거지를 하며 부처님을 다시 뵙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만난 법상 스님(덕양선원장)은 나의 마음을 가난으로부터 건져내어 풍요롭게 만들어 주셨다. 방하착(放下着 내려놓기) 수행으로 마음의 주인이 진정 ‘나’ 이며, 나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우주의 창조자임을 확인시켜 주셨다. ‘나’라는 아상을 내려놓는 수행을 계속했다.
‘모든 것이 한 마음 안에 있음을 그 고통의 시간엔 왜 몰랐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바로 이때라야만 되는 인연이었음을 지금은 안다.
방하착 수행으로 마음이 점점 가벼워질 무렵, 천수대비주 진언수행을 시작했다. 진언수행은 바깥은 시끄러워도 내면은 너무나 평온하고 고요함을 맛보게 했다. 대비주 수행으로 점점 분별심이 적어져 가는지, 누굴 만나도 반갑고 행복했다. 집안도 안정되어 갔다. 기도할 때도 ‘업장 소멸’이란 지상 최대의 발원은 언제 자취를 감췄는지, 놀랍게도 나도 모르게 어느새 ‘중생을 위해 일하게 해 주십시오’ 하는 발원으로 바뀌고 있었다.

천수대비주 전문수행도량인 일산 덕양선원의 법회 모습.


#암에 걸린 남편 간호하며 눈물로 참회
그러나 업의 행진은 아직도 내게서 멀어지기가 싫었는지, 그렇게도 원망하고 미워했던 남편에게 엄청난 일이 생겼다. 암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몸속 3곳에나 번져 있었다. 진단 결과를 받고 온 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밖엔 없었다. 그동안 참회는 다 거짓이었나 싶게 눈물로 참회를 했다. 순간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30여 년간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여 원망했던 남편을 향한 마음은 온 데 간 데 없고 온통 내가 잘못한 일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아냐, 이건 뭐가 잘못된 것이야! 아무리 그동안 내가 잘한 것이 이렇게 하나도 없단 말이야?’ 하며 더욱 서러워 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찾아 봐도 남편에게 미안한 일 밖엔 남아 있는 것이라곤 없었다. 기도를 마치고 남편에게 다가가 진실로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다. 그동안 내가 이기적이고 어리석어서 당신을 미워했노라고. ‘나를 사랑해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라며 합장했다.

#죽음 문턱서 살아난 남편이 부처
‘백겁적집죄 일념돈탕진(百劫積集罪 一念頓蕩盡) 여화분고초 멸진무유여(如火焚枯草 滅盡無有餘)’가 과연 될 수나 있는 것인가 하며 괴롭던 그 많은 날들은 이제 내 눈앞에서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던 삼독심의 실체가 이렇게 쉽게 허물어지다니, 이건 마치 꿈속의 일인 것 같았다. 그 후 암을 제거하기 위해 몇 달 사이에 대수술을 4번이나 하게 되었고, 수술이 잘못되어 중환자실을 오가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남편이 부처임을 진정으로 깨우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제야 나의 기도가 무르익는 것인가 보다. 제일 힘들게 한 남편에게서 내 마음이 놓였나니 다른 것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나 속에 일체가 있고 일체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라 하신 말씀이 더없이 오롯해진다.

#‘죽음은 삶의 연장’ 확신
남편의 일을 겪은 후 죽음은 슬퍼 할 일이 아닌 그저 삶의 연장임을 알게 되었다. 담담해진 마음을 들여다보니 그 많던 분별심에서도 놓여났다. 덕양선원 온라인 카페(http://cafe.daum.net/zeol)를 운영하면서 마음에 어려운 짐을 가진 분들에게 아픈 남편을 보듬어 안듯 그와 하나가 되어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나눌 줄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을 만나건 어떤 일이 닥치건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그때그때 다가오는 대로 맞아 해결하려 노력한다. 마음이 그대로 고요하다. 백만 독 독송을 목표로 향해 가는 대비주 수행은 나를 이렇게 넓고 크게 키워주는 수행이 되고 있다. 끊임없이 정진하여 자리이타와 동체대비를 행하면 내 마음에도 연꽃이 필 것이라 믿는다.
나를 힘들게 하는 역행보살님, 당신은 진정 부처님이십니다.



임명자 시인(지심행, 덕양선원 카페 운영자) |
2009-01-29 오후 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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