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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는 위원장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말을 하냐. 위원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위원장 허락도 없이 말해도 되냐. 개×× 야!”
이런 욕설과 막말이 터져나온 곳은 폭력과 폭언이 난무한 대한민국 국회 회의장이 아니다. 다름 아닌 1월 20일 열린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위원장 무애) 회의장. 3선 중앙종회의원인 무애 스님이 ‘위원회에서 역경원장 월운 스님 해임문제를 다룰 수 있느냐’ 여부를 논의하던 중 종회 사무처 재가종무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사람과 하늘의 스승이 돼야 할 스님이 출가수행자의 위의에 맞지 않고 사회통념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힘없는 재가 종무원에게 한 것이다.
그동안 일부 스님들이 노 거사님이나 보살님들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지만, 중진 스님이 기자들이 지켜보는 공식회의 석상에서 폭언을 했다는 점에서 재가 종무원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조계종 종무원조합 원우회는 1월 22일 성명서를 통해 “무애 스님은 지난해 11월 열린 정기중앙종회 석상에서 종무원들에게 이번과 같이 욕설을 하여 본회의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며 무애 스님의 공개참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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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욕설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조선시대의 양반이 하인에게 막말을 하는 광경이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유교의 갖은 탄압을 받으며 도성 출입금지(1895년 4월 일본 일련종 스님 사노젠레이(佐野前勵)의 주선에 의해 해제됨)의 수모까지 겪었던 스님들이 거룩한 승가의 위의를 회복한 지는 이제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출가와 재가대중이 온갖 굴욕을 이겨내며 지켜낸 불조의 혜명은 이제 스님들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종교인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게다가 불교계가 공직자의 종교차별과 편향에 항의해 온 상황에서 일부 스님들의 폭력과 폭언은 교단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야기할 수 있기에 어느 때 보다 하심ㆍ공경하는 수행가풍을 회복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불법(佛法) 앞에 평등함은 물론, 저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존엄한 존재임을 가르치셨다. 인도의 3000여 성(姓)으로 세분화된 계급사회에서 부처님은 만인의 평등을 호소하며 왕족의 기득권을 버린 채 맨 발에 음식을 빌어먹으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중생의 복밭(福田)이 되지 않았던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른 때’라고 했다. 사부대중은 모두 초발심으로 돌아가 서로 존경하고 화합하는 아름다운 교단의 전통을 회복하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