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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준(1932~2006)에게 ‘달’은 가장 오래된 TV였다. <월인천강지곡>에서 부처의 은혜를 상징했던 달이 그에게는 인류의 상상력이 물든 화면이었던 것. 백남준 작품의 ‘코끼리 마차(1999~2001)’는 전화기, 축음기, 오래된 텔레비전과 오디오 케이스,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영상이 담겨진 모니터들이 가득 실려 있다. 노란 아디다스 우산을 쓴 부처님은 케이블로 묶은 코끼리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 백남준의 예술과 사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TV부처(1974)’ 또한 자기성찰 같기도 하고 나르시시즘 혹은 상념에 빠진 듯 다양한 부처를 통해 내면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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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과 분별 되는 것.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 여러 가지 표상을 갖는다. 단순히 분별되는 것을 말하자면 실체화된 표상에 지나지 않으며 존재하는 것은 그와 같은 표상을 갖는 마음 뿐 이다. 그러한 마음의 표상을 미디어 예술로써 새로운 지평을 선보인 이가 백남준이다. 비디오의 속성은 불교의 선(禪)과 닮았다. 순간의 기록은 정념(正念)이자 업(業)의 습기(習氣)다. 미디어의 주사선이 그려낸 화상을 분해하면 그 구조는 상입상즉(相入相卽)한 화엄의 인드라망을 연상케 한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복합예술공간 백남준아트센터는 4개월간 선보여온 백남준페스티벌 ‘NOW JUMP!’展 폐막을 2월 5일로 앞두고, 4ㆍ5일 양일간 경기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백남준의 선물-관점 이동과 시간성의 문제’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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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정서와 보편적인 국제성을 동시에 가진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열리고 있는 백남준페스티벌의 ‘NOW JUMP’展은 예술적 시도에 대한 실천 의지를 담는다. 백남준의 작업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를 통해 어떻게 백남준에 관련된 창조적 에너지를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총 5개 스테이션(정거장)으로 구성됐으며 각각 퍼포먼스와 담론 생산의 플랫폼으로 백남준의 예술상을 선보인다. 백남준 및 그와 친분을 맺었던 요셉 보이스와 존 케이지 등 예술가들에 관한 기록과 작품들에 관한 스케치를 비롯해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무후무한 전위적 퍼포먼스를 펼쳤던 백남준의 행위예술 이후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퍼포먼스를 조망한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 고리를 잇는 다양한 맥락의 작품이 어우러져 도시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드러내고, 예술의 사회적 공명을 꾀하기 위한 담론의 세계를 펼치면서 현재 미디어 아트 영역에서 주목한 젊은 예술가를 발굴해 그들의 작품을 전시 한다.
백남준 담론의 활성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 ‘백남준의 선물-관점 이동과 시간성의 문제’는 4일 경기문화재단에서, 5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각각 열리며 백남준페스티벌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한다. 세미나 첫날은 백남준 예술의 기존 맥락에 대한 관점 이동을 시도하는 다양한 발제자들의 발표로 시작한다. 바존브락(독일)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백남준의 실험을 확장한 맥락으로 기술과 예술 실천의 상관관계를 논한다. 둘째 날 세미나에서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는 종교와 시학, 구축과 해체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백남준의 예술을 제시하며 ‘앞으로 백남준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념적인 접근이 아닌 실행과 혁신을 강조한 백남준페스티벌의 타이틀 ‘NOW JUMP!’. 백남준의 예술혼을 되살리고 그를 넘어 미래 예술로 도약하는 청사진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는 이번 행사는 예술의 실천이 제안할 수 있는 또 다른 사회적 꿈과 정치적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031)201-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