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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경제 한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의 중턱. 1월 17일 서울 성북동 소재 전통찻집 수연산방에서 특별한 지도자들의 만남이 진행됐다. 5년간 탁발순례를 통해 상생ㆍ평화의 법음을 전파해온 도법 스님과 생활시정을 통해 시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담이 마련된 것. 도법 스님은 5년간 탁발순례를 회향하고 실상사 활육원에 머물며 산내면 주민들과 함께 삶의 구체적인 변화를 모색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년의 재임기간이 정책 구상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경제 회복을 위한 현장 행정을 펼 계획이다. 스님에게 길이란 구법(求法)이고, 서울시장에게 길이란 현장에서의 정책이다. 이주향 교수(수원대 인문대) 사회로 3시간 동안 진행된 대화 속에서 궁극의 하나로 만나는 선재의 길을 동행해봤다. 이날 대담은 IPTV-메가TV(CH505)에서 26일 오전 9시, BBS불교방송 라디오(FM101.9)에서 오후 6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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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개인이 극복할 수 있는 경제위기 해법에 대해 도법 스님은 “삶의 방식들을 재정리할 때 불안으로부터 홀가분해진다. 삶의 현장을 순례하면서 ‘경제만이 희망이다’라는 논리가 현장에 적용될지 짚어보니 불안은 정점에 치달았고, 기존의 경제 논리는 삶의 문제의 해답을 구할 수 없다는 실례가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경제만이 살 길 이라는 환상 논리를 직시해야 한다. 농촌을 보면 사회적 파동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삶과 사회 문제에 대한 가치의식을 재정립이라고 경제문제를 다뤘을 때 바람직한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경제도 궁극에서는 인간 삶의 하나의 토대라는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면 위기는 공포다.
오 시장은 “정책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두려움을 줄일 것이다. 서울시 전체 예산의 약 23%가 올해 복지 예산이다. 저소득, 장애인, 어르신, 아동, 청소년, 그리고 여성이 대상이다. 저소득층을 향한 ‘희망드림프로젝트’와 ‘희망플러스통장’ 사업과 노숙자 자활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 코스를 추진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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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무한 경쟁으로 황폐한 시대를 극복하는 화두는 ‘공존’이다. 도법 스님은 <생명평화의 경>을 통해 너와 내가 운명공동체라고 말한다.
스님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개개인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주체적 의지로 살고자 하는 의욕을 확립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현대인은 이치에 무지하다. 삶의 관점에서 해답은 경제가 아니다. 관계 맺은 사람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해답이다”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우리 사회가 그런 면에서는 진보하고 있다. 자선 모금액이 작년에 비해 오히려 늘었는데 기업의 목돈보다 개개인의 쌈짓돈이 모여서 만든 액수다. 스님이 말씀하신 신뢰나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회의 예고다. 정책자 입장에서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되도록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이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핵심이다. 한 가족이라는 공동운명체적인 인식과 믿음이 필요하다. 실제 자연의 가치가 자본의 가치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에 매몰된 현대인은 삶을 모색하기 힘들다. 종교인과 지식인 등 사회 지도자들의 모범이 필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비움
세상이 어지러운 원인은 마음속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 때문이다. 욕심을 거둬 존재의 실상을 드러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오 시장은 “과거 서울시는 ‘소리없는 아우성’이었다. ‘디자인서울 프로젝트’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문화 예술에 맞춘 도시 계획이다. 그 목표가 ‘비워낸다, 통합한다, 더불어 살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에 스님은 “비움이란 비우려고 해서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탐진치’는 버려지기 어렵다. 구체적인 사실과 진실을 볼 때 비로소 우리가 비우려고 하는 마음이 생긴다. 서울시가 그런 비움의 자세로 정책적 구상들을 한다니 놀랍다. 시민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 공동운명체의 동반자라는 인식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자각할 때 시장님이 희망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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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인연의 고리를 잘 풀어가는 것, 결국 사람이 희망이다.
“희망은 어디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 의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현대 사회의 희망은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도법 스님의 말에 오 시장은 “창의시정의 목표는 ‘시민고객의 행복을 위해서 일한다, 모든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전부 시민고객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해석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민 고객들을 위한 조직이라면 바랄 게 없다”고 화답했다.
오 시장은 “오늘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다. ‘서울시와 함께 다시 일어서는 2009’를 모토로 국난극복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스님은 “시장님은 시민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그 분들이 행복지는 관점에서 일한다면 종교에서 추구하는 자기완성과 사회 완성의 실천하고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내가 산다는 확신으로 개성 있게 인생을 바라본다면 삶은 더 풍부해진다. 스스로 삶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당당한 주체가 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