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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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트레일, 불교문화 세계화의 새벽 열다
문광부 등 원효 대사 순례길 관광상품화 프로젝트 발표


원효 대사
원효대교는 한강에 놓인 27개 다리 가운데 아름다운 조형미로 손꼽힌다. 원효로와 이어졌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원효로는 일본 강점기 모토마치(元町)라 불리던 곳을 1946년 퇴계로, 을지로, 세종로 등과 함께 개명하면서 원효 대사(617~686)의 이름을 빌어 원효로라 이름 했다.

원효로와 원효대교 모두 당시의 행정편의에 의해 채택됐을 뿐 신라 고승으로 불교 대중화에 앞장섰던 원효 대사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오히려 일제 잔재 청산을 부르짖는 이들에게는 원효라는 이름을 붙여 일본식 지명이었던 원정의 원(元)을 살렸다고 힐난 받기 일쑤였다.

당나라 유학길에 해골 바가지의 물을 마시고는 “마음 밖에 존재하는 것이 없느니 오랑캐에게 배움을 구하지 않겠다(心外無法 胡用無求)”던 원효 대사가 살아있다면 심히 거북할 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1월 11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관광공사(사장 오지철), 유엔 스텝재단(UN-WTO ST-EP, 이사장 도영심)이 함께 원효 트레일(trail, 길)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지목(地目)에 붙는 것이 아닌 원효 대사의 행적을 따라 붙여지는 이름이라니 이제야 진짜 원효의 길을 찾은 듯하다.

원효 트레일은 의상 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원효 대사가 중간에 발길을 돌려 돌아온 여정을 관광 상품화한 명칭이다. 경주를 출발해 경산~문경~여주~수원~평택~괴산~구미를 거쳐 경주로 돌아오는 697km 코스다.

20개 시·군 470여 사찰을 지나는 대장정 동안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를 하며 참선, 사찰음식 등 불교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수행 트레일 외에도 한국 자생약초와 한방원리를 체험하는 웰빙 트레일, 사찰음식과 차 등을 활용한 웰빙푸드기행, 나무심기와 이산화탄소 줄이기 등 환경운동을 포함한 기후변화방지 환경 대장정 등 트레일 패키지가 개발될 예정이다.

영국의 제프리 초서가 14세기 런던에서 캔더베리 성당으로 순례했던 순례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집필한 <켄더베리 이야기>에 버금가는 기행문도 만들고, 이를 다큐멘터리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 가공한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단순한 관광상품에 그치지 않고 원효 트레일을 통해 한국 정신문화 원형을 회복하겠다는 비전이다.

이웃 종교에는 이미 10세기 전 원효 트레일과 같은 코스가 있었다.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였던 야곱의 순례길은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는 야곱의 스페인어로 스페인 서북부 소도시)이라 불린다.

야곱의 길은 그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르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까지 걸었던 길로 800km에 달한다. 이 길은 10세기 이후 수많은 사제들이 걸어왔고 지금도 해마다 10만여 명이 걷고 있다.

현대에서 ‘길’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해 한국불교를 알린 것 중 하나가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이다. 인간 부처라 불렸던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를 소설화한 책은 10년간 100만부 이상 팔리며 대중들에게 한국불교를 소개했다.

<길 없는 길>을 읽고 불교에 귀의한 이도 많다. <길 없는 길>이 글로 한국불교를 알려왔다면 원효 트레일은 여행을 통해 한국불교를 체험하게 하는 ‘색다른 길’이다.

한국 불교의 새벽을 알렸던 원효(元曉)가 1300년이 지난 오늘 다시 세계화된 한국 불교문화의 새벽을 열었다. 신년 벽두 발표된 원효 트레일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길을 걸으며 원효의 가르침을 새기는가의 여부다.

간결함으로 선의 극치를 나타냈던 운문 선사는 길(道, 도)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가라(去).”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9-01-16 오후 8:26:00
 
한마디
사업명에 트레일이라는 영어를 쓴것은 국제화를 위한 것이겠죠?
(2009-01-19 오후 1: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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