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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불교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역사 상 가장 강성했던 고구려 문화를 보다 포괄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이 되는 2009년을 맞아 고구려실을 개관했다.
지배층의 권위와 신분의 상징인 고구려 위세품을 전시한 ‘나라를 세우고 성을 쌓다’, 삶의 영역 안에서 지배적인 힘과 권위를 죽음의 공간 속에 표현하려 했던 대형 무덤을 전시한 ‘고구려 무덤, 삶과 죽음의 경계’, 당시 복잡한 동아시아 대결 구도 안에서 영역 확장을 활발히 전개해 나간 고구려 철갑기병(鐵甲騎兵) 유물을 전시한 ‘영토 확장, 대륙을 향하다’, 한강 유역 이남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고구려 문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남진(南進), 아리수를 넘다’, 고구려인의 마음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부처, 무수한 깨달음을 구하다’의 여섯 테마로 구성됐다.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사회적 안정 속에서 고구려 사회 운영에 중요한 축이 되었던 불교는 국가와 왕실의 후원 하에 적극적으로 보급되었다. 고구려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연가 7년명 금동불입상’ ‘영강 7년명 금동광배’ 등에 새겨진 명문들은 고구려 불교사상의 일면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구려 불상으로서 출토지가 가장 명확한 것으로 알려진 원오리사지 소조불상 300여점 중 일부가 새롭게 복원 전시된다.
1937년 평안남도 평원군 덕산면 원오리사지에서 출토된 소조불상군은 현재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불상은 거의 없고 표면에 채색한 흔적이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다. 불상 204점, 보살상 108점으로 모두 312점의 불상 파편이 발굴됐다. 좌상과 입상의 2종류로 나누어지며 대좌와 불신(佛身)이 한 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불ㆍ보살상은 거의 같은 양식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 불ㆍ보살상은 누구나 도(道)를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대승불교사상에서 나온 천불로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불좌상은 소발(素髮)의 머리 위에 높고 큼직한 육계가 얹혀 있고 얼굴은 둥글고 갸름한 편이며 반쯤 뜬 눈이나 미소를 띠고 있는 표정이 부드럽고 온화해 친근감을 준다. 두 손은 가슴 앞으로 올려 여원인(與願印)을 하고 있는데 삼국시대 불상의 수인(手印)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불·보살상에 나타나는 부드러운 형태미, 법의의 착의방식, 옷주름 표현 등을 통해 6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천불사상의 수용과정과 당시 불교신앙의 성격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02)2077-9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