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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절에 가고 싶어도 법회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가지 못했다. 지금은 다섯 살된 아들과 가끔 절에 가면 무섭다며 가기 싫어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서울 개포동 이은정(38) 불자는 아이와 함께하는 신행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서울 홍은동 박영선(42) 불자는 “어느 날 애가 학교에 다녀오더니 ‘학교에서 종교조사를 하는데 불교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기가 불교를 믿으면 교실에서 왕따를 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새싹 포교가 위축된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불자 가운데 어린이법회 참석자가 1만 명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어린이불자 및 지도자 육성단체인 동련(이사장 지현) 관계자는 ”현재 전국 조계종 사찰에서 어린이법회에 참석하고 있는 어린이는 6000명 가량”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어린이 법회 개설 사찰 200여 곳에 법회 참석인원을 20~30명으로 감안한 수치다. 포교원(원장 혜총) 역시 “250여 사찰의 어린이법회 참석인원을 20~100명으로 추산해 1만 여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통계청의 연령별종교인구조사결과에 따르면 5~14세 어린이 불자는 100여만 명이다. 2000만 불자인구의 0.05%에 불과한 100만 어린이 불자 수는 차치하고도, 전체 어린이 불자 가운데 1/100만 어린이법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사 직전의 어린이 포교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교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일찍이 파악해 2007~2009년을 어린이ㆍ청소년 포교기간으로 선정했다. 종단 차원에서 △어린이ㆍ청소년 지도자 양성과정 개설 △‘청소년설법자료집’, ‘어린이법회자료집’ 발간ㆍ보급 △붓다ㆍ마법 삼국유사 등 애니메이션 제작ㆍ방영 △어린이 포교 종합사이트 ‘키즈붓다’ 오픈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올해는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 도량’을 선정해 시·군·구별로 종단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3년째를 맞이한 오늘, 이와 같은 노력에도 종단적 관심과 지원 부족 등 어린이법회 정착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계종의 어린이ㆍ청소년 포교기간 마지막 해인 2009년을 맞아 향후 과제를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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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환경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 필요
요즘 어린이들은 너무 바쁘다. 학원가기도 바쁜 아이들이 따로 시간을 내 법회에 참석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 법회는 ‘놀러간다, 쉬러간다’는 인상이 강해 학부모부터 선뜻 마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2006년 도입된 방과후공부방은 불교계는 7곳에 불과한 반면, 타종교는 수백개(기독교 72%, 불교 1%)에 이른다. 법회가 놀이가 아닌 교육의 연장선이 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영어법회 등 어린이를 위한 맞춤법회를 운영 중인 자우 스님(비로자나국제선원)은 “어린이영어법회에서 영어와 동시에 불교를 접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 사고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법회 등 불교행사가 사회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아이와 학부모의 눈높이에 따라 특화된 법회를 계층별로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포교사회(회장 박상필)가 영문자타카암송대회와 기초불교영어강좌 등을 개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좋은 예다.
불교만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대중적인 법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전문가는 “‘농어촌체험 템플스테이’와 같은 현장체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많은 어린이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어린이법회 뫼비우스의 고리를 이어라
어린이법회 지도교사 부족도 문제다. 무염 스님(도림사)은 “어린이법회를 진행하려 해도 지도교사를 구하지 못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법회 지도교사 부족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어린이법회 침체의 결과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어린이법회 출신이 다시 지도교사로 활동해 후배아이들을 지도하는 체계에서 온 필연적인 과보”라며 “지도교사 육성을 계속 소홀히 하면 2020년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될 것은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지도교사의 불합리한 처우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는 “어린이법회 지도자 80%가 자원봉사자로 불과 10~30만원 보시금을 받는다. 이들의 불심에만 호소해 어린이법회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동련 관계자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우듯 단기적인 교사 부족 해결을 위해 자녀를 둔 보살 등 30~40대 보살들을 투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신도회ㆍ거사림과 연계한 후원회 및 강사파견, 동문회 조직화 등 외부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싹 포교 실천 이끌 제도·정책 마련 절실
현장활동가 중에는 “개설된 어린이법회 수가 부족한 것은 사찰 주지스님들의 의지와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성토하는 이들도 있다. 어린이 법회를 하면 시끄럽고, 돈도 안되고, 귀찮다는 생각에 일부 스님들이 어린이법회를 꺼린다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어린이법회 개설을 장려하는 것이 역부족이라면 주지인사고과 반영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법회는 장기적으로 미래 불자를 양성하는 중요한 인재불사다. 뒤늦게나마 포교원이 2007년부터 어린이법회 개설지원을 위한 6개팀을 운용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포교원은 어린이ㆍ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을 제도화해 법회 개설 및 지도교사 참여를 유도하고, 대한불교교사대학(학장 정여)에 매년 1800만원을 지원해 전문교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2009년은 조계종의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마지막 해다. 도량마다 천진불이 뛰어놀고, 이들이 자라 불교를 외호하는 인재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면 어린이·청소년 포교종책이 지속돼야 함은 물론 첫 번째 종책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미래 불교의 동량이 될 어린 불자를 키우는 일이 천불(千佛) 만불(萬佛) 조성에 버금가는 대작불사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