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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포항의 작은 불빛들이 새벽 어둠속에서 반짝인다. 먼 곳에 있을 바다의 표정과 다가올 시간의 위대함이 잔잔한 파도 끝에 실려 오고, 저 멀리 금오산 기슭에 향일암이 보인다. 돌계단의 어둠을 밟으며 향일암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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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되어버린 바위틈으로 독경소리가 들려오고, 관음전 동백나무에는 달빛이 쌓인다. 어둠을 빠져나온 발걸음들이 관음전 마당으로 모여든다. 관세음보살의 시선을 따라 먼 어둠을 따라간 눈빛들이 하얀 입김을 쏟으며 일출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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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산새 한 마리가 고요하던 숲을 흔들어 깨운다. 눈을 뜬 산새들이 소리에 소리를 물고 하늘로 날아간다. 마침내 바다의 끝이 어둠에서 일어서고 기다리던 눈빛들은 힘차게 붉은 해를 끌어올린다. 새아침이 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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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룬 자의 길었던 밤도 이제는 다시 올 수 없는 아쉬운 날이 되었다. 오늘밤 또 관음전 마당으로 달빛이 쌓이고 향일암은 누군가의 긴 밤을 새울 것이다. 원효 스님의 좌선대 바위 위로 아침햇살이 다가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