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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동ㆍ서ㆍ남해상에서는 4M의 높은 파고가 일 예상으로 전해상 풍랑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구름 낀 바다와 다르게 육지에서는 강원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밝은 새해를 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KBS 뉴스 일기예보가 거친 풍랑을 예고하는 가운데를 지나는 한 선박에서는 넘실대는 삼각파도보다 더 높은 다라니 독송소리가 파도소리를 덮고 있었다. ‘BBS불교방송 새해맞이 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정진 선상법회’가 구랍 31일부터 1월 2일까지 2박 3일동안 열렸다.
해상왕 장보고가 세운 중국 석도 적산법화원 순례와 새해맞이 선상법회를 겸해 열린 이번 행사에는 BBS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는 성전 스님을 비롯해 성관, 해각, 화담, 도안, 설호, 혜강 스님과 서울 대각정사 신도 및 일반불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약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사다바야...”
풍랑주의보 속 흔들리는 여객선 안에서 불자들은 관세음보살의 오묘한 진리를 담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암송하며 선상에서 새해 첫 아침을 맞이했다. 불편한 잠자리도, 파도에 의한 배멀미도 뜨거운 불심을 식힐 순 없었다. 되뇌여지는 다라니 가피력에 기대고자 하는 타력수행도 그 것을 위한 기도정진의 자력수행도 함께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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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의 가피력이 불자들의 마음에 깃든 것일까? 울렁이는 고통의 바다와 거친 바람에도 참가자들은 선상으로 나와 해넘이를 보내며 한결같은 정진으로 극복하는 것을 다짐했다.
“부처님 바다 한 가운데 서서 두 손을 모읍니다. 한번 밖에 없는 시간을 떠나보내며 올 한해 우리들 삶의 모습을 뒤돌아봅니다. 오늘 우리는 바다에 서서 바다의 의미에 우리들의 삶을 비추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빚었던 모습을 반성하며 발원합니다.”
성전 스님의 발원문 낭독아래 참석한 불자들은 합장한 손을 더욱 굳게 모았다. 불자들의 염원이 모여서일까. 배 위에 따듯한 눈이 내려 차가운 바람을 멈추게 했다.
이튿날 아침 높았던 파도는 잠잠해 졌다. <천수경>에서 고해(苦海)의 중생을 구하는 관세음보살의 모습처럼 검은 바다와 자욱한 구름 사이로 새 해 새 아침 여명이 살포시 비쳐졌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각자의 소원이 담긴 풍선을 바다위로 띄어 보냈다. 빨갛고 파란 풍선은 부처님께 바치는 공양물처럼 불자들의 원을 담아 높게 날아갔다.
얼마 시간이 지났을까 저 멀리 서토(西土)가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편한 곳. 바로 그곳이 서방정토랴. 지는 해를 따라오며 뜨는 해를 맞이한 불자들은 한시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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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배에서 땅에 내리니 마치 여기가 극락 같네요.”
멀리 지방에서 찾아온 박경진 불자(64)의 얼굴은 아미타불의 상호다.
해상왕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은 신년 축원행사를 하는 중국 불자들로 북적였다. 적색의 가람 속에 여러겹 감긴 빨간 축원전은 다시 비상을 준비하는 중국불교를 느끼게 했다. 108 계단을 올라간 삼불대전에서 일행을 반갑게 맞은 법화원 주지 상혜 스님은 “기축년 새해에는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이 원만하게 잘 해결되고, 건강과 신심이 모두 돈독해지는 한해가 되십시오”라며 축원했다.
중국에서 맞는 법회에 신도들은 향을 피우며 정성을 다한다. 먼 뱃길에 힘들만도 하지만 일배 일배 쏟는 원력이 대단하다.
귀국행 선상에서 펼쳐진 회향마당은 모두가 어울리는 말 그대로 야단법석이었다.
“일! 일일이 따지지 말고, 이! 이것저것 시비하지 말고 삼! 삼시세끼 밥챙겨먹고...열! 열심히 정진하고 수행하면 올 한 해 무탈할껴.”
하나에서 열까지 나열하며 법문하는 현장 스님의 재치에 모두가 큰 웃음을 터뜨린다. 스님들의 법문에 이어 신도들의 음성공양이 이어지며 배는 밝은 태양 아래 인천항으로 회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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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수행으로 불황의 파고를 넘어
불교는 수행의 종교로 수행중심에 자력적(自力的) 구제(救道)와 타력적(他力的) 구제(救濟)원리의 조화를 함께 추구하는 종교다.
현재 한국불교에는 근기에 맞게 참선, 간경, 염불, 발원, 참회, 예불, 사경, 지계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다.
이중 다라니 수행은 원어 그대로 주문을 염ㆍ독송하는 수행법이다. 다라니(總持)라는 명칭은 한 문단 이상으로 된 주문을 칭하며 한 문장ㆍ단어의 주문은 만트라(眞言, 呪)다. 주력수행은 대부분 그대로 음사(音寫)해 진행하는데 그 이유는 번역으로 인한 의미제한을 방지하고 본래 고유의 신비성을 간직하기 위해서다.
대승 모든 경전들도 중간이나 결말에 다라니를 곁들이고 있다.
신역을 한 현장 스님은 오종불번(五種不飜)으로 그 오묘한 뜻을 잃는 것을 막았다. <반야심경>을 보더라도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로 그 의미를 지키고 있으며, <법화경>, <화엄경> 등에서도 다라니는 수없이 등장한다.
다라니는 해석할 필요없이 암송하면 되는 것이 장점이다. 별다른 학식없이도 법기(法器)에 따라 삼매를 체험할 수 있다. 힘든 세파에 불법에 기대고자 하는 대중들이 쉽게 접할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라니 음성 속 ‘공’의 이치인 소리의 생성ㆍ소멸과 계속되는 리듬에 ‘연기’의 법칙을 느끼게 된다.
근현대에 들어와 한국불교에서 주로 유행했던 주력수행법은 천수다라니(신묘장구대다라니)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수월 스님과 용성 스님의 일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수월(水月) 스님(1855~1928)은 경허 스님으로부터 천수다라니를 일생 동안의 수행방편으로 삼을 것을 지도 받고 식음을 전혜하고 ‘대비심다라니’ 외워 염암산 천장암을 방광(放光)으로 뒤덮었다는 일화를 남긴다. 수월 스님은 평생 천수다라니의 지속적인 수행을 통해 신비한 일화를 여러 번 남기고 있다. 이러한 일화는 현대까지 매우 대중적인 수행법으로 자리잡은 천수다라니 독송이 어떻게 인식돼 왔는지를 보여준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담고 있는 <천수경>도 그 인식의 위상을 잘보여 준다. 관세음보살의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자비심(慈悲心)과 위신력(威神力)을 담은 신묘장구대다라니의 정식명칭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로 줄여서 ‘천수다라니’라고 불린다.
치열한 정진 끝에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의상 대사는 백화도량발원문(百花道場發願文)에서 “나는 몸과 마음을 다해서 관음대성을 지극히 받들어 섬깁니다.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이 관세음보살 대비신주를 외우고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생각하며 다함께 관세음보살님의 원통삼매에 들게 되기를 원합니다”는 내용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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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장구대다라니로 불자들 업장 녹이세요.”
BBS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정진을 4년째 진두지휘하는 BBS포교사업팀 안병록 국장(사진)은 “단순한 성지순례에서 벗어나, 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정진으로 불자들이 신행활동에 환희심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했다”며 “불자들이 느끼는 수행에 대한 갈증을 다라니 정근을 통해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4월 첫 철야정진을 시작으로 매월 전국 명찰 산림을 누빈 BBS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정진은 매회 300명을 상회하는 불자들이 운집할 정도로 성황이다. 생전예수재와 태장영가, 일체조상 천도재,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 이운 및 신묘장구대다라니 주력정진 등이 봉행돼 수행뿐만 아니라 재까지 지낼 수 있다. <끝부분>
제 56차 신묘장구대다라니 철야정진은 2월 14일 3대 기도도량 중 하나인 낙산사 홍련암에서 진행되며, 2월 5~11일 앙코르와트 아유타야 해외성지순례, 2월 19~24일 미얀마 성지순례도 진행될 예정이다.(02)705-5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