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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로 문화재계는 2008년 대변혁을 맞았었다. 사찰 전각 등 목조건축물을 비롯해 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위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조선왕실의궤'' 등 해외유출문화재에 대한 환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은 한해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서울 봉은사(주지 명진)에서는 구랍 25일 고려불화를 주제로 강연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강사는 유홍준 前 문화재청장(명지대 교수)으로 ‘아! 아름다워라. 고려불화여!’를 주제로 강연했다.
“고려불화는 독보적인 문화유산입니다. ''고려불화전''이 열리는 곳이 있다면 꼭 찾아가 보세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유 前 청장은 “석굴암은 아잔타 석굴 등과 고려청자는 송대의 청자 등과 경쟁해야 하지만 고려불화는 독보적이다”라며 고려불화에 대한 예찬을 그치지 않았다.
고려불화는 2m 높이의 작은 탱화가 대부분이다. 원나라 시대 저술된 <도화견문록>에 고려불화를 두고 “섬세하고 화려했다”고 표현했 정도로 고려불화는 예로부터 예술성을 인정받아왔다.
고려불화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67년 일본의 미술사가 구마가이 노부오가 <조선학보> 제44집에 ‘조선불화징’을 게재하면서 고려 및 조선초기 탱화 70여 점이 일본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공개한데 이어 미술사가 고유섭 선생의 유고를 모은 ‘한국미술사급( 및) 미학논고’에 ‘수월관음도’ 등 고려불화를 설명하면서 알려졌다.
정우택 교수(동국대)에 따르면 현재 현존하는 고려불화는 160여 점. 이중 대다수는 일본 등 해외에 반출된 상태다. 국내에는 ‘오백나한도’ 외에 고려불화가 없었으나 호암·호림미술관에서 3점을 구입했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여전히 고려불화가 없다.
유홍준 前 청장은 “일본 유명사찰에는 고려불화가 있지만 국내에는 드문 상황이 일제 약탈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 前 청장은 “고려·조선시대에 정상적인 경로로 전해졌을 수도 있다”면서 “물방울 관음도 등 상당수 문화재 등은 약탈됐다며 돌려달라는 국민정서법 때문에 일본 측에서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특강은 주지 명진 스님을 비롯한 봉은사 대중스님들과 휴일을 맞아 봉은사를 찾은 신도 1000여 명이 보우당 안팎을 가득 메운 채 성황리에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