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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이웃이지 절멸의 대상이 아니다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기습 공격을 보며 -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위기 때문에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고생하는 가운데서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작은 설렘으로 잠시 들떠있는데, 세상을 또 다시 강타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해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지상군도 투입할 태세라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으로는 “이번 공격은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 연립여당이 강경파 야당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 집권을 이어가려는 정치적 배경이 강하다”고 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마 이런 분석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국제 정치에 있어서는 국내 문제 때문에 엉뚱한 약자를 공격하는 일이 흔한데, 이 점에 있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항상 가장 확실한 사례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만약 순전히 국내 정치적인 목적과 이유 때문에 이번 가자지구 공격이 이루어졌다면, 그리 오래 계속되지 않고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니 한편으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무차별 공격에 정치적 ? 군사적 배경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 아마 영원히 -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민족과 팔레스타인민족은 똑같은 아브라함을 섬기는 셈족의 후손들이다. 그런데 위로 멀리 올라가면 같은 조상 아래서 퍼져 나온 두 민족이 이처럼 극한 대립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스라엘민족은 자신들이 ‘하느님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종족, 선민(選民)’이라고 믿어왔다. 그리고 하느님의 선택과 약속의 증거가 이른바 『구약성서』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여호수아서」를 보면, 여호수아가 예리코 전투에 나서서 “남녀노소, 소와 양 등 도시의 모든 것을 칼로 철저히 몰살”시킬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밀고 나갔던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같은 책 「신명기」에서는 “너희 주 하느님이 유산으로 준 이 민족들의 도시에서는 숨 쉬는 것은 아무것도 살려두지 말라. 그러니 가나안 …… 족은 너희 주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전멸시켜야 한다”고 하며, 이스라엘 민족과 공존할 수 없고 말살시켜야 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기까지 한다.

『구약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이 정당하고 선(善)하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우리들에게 약속된 땅에서 다른 종족들은 함께 살 수 없다. 혹시라도 이 땅에 살고 있는 이민족[이교도]이 있다면 몰살시켜도 된다”는 확신이 있다.

이들은 심지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에 나오는 ‘사람’은 ‘동료 유대인’을 말할 뿐이라고 믿는다. 12세기의 유명한 랍비인 모세스 마이모니데스(Moses Maimonides)는 이 계명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기도 하였다. “누군가가 이스라엘인 한 명을 죽이면, 그는 이 계명을 위반한 것이다. 성서에 ‘살인하지 말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목격자들 앞에서 계획적으로 살인을 한다면, 그는 칼로 처형된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교도를 죽인다면 처형되지 않는다.”

『구약성서』의 가르침과 그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따른다면, “이스라엘 군대가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량 살상하는 것이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이스라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확신이고, 이 확신에 따라 앞으로도 이런 공격의 악순환이 그치지 않으리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스라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아도, 이와 같은 ‘잘못된 확신’과 별 차이가 없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의 세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젊은 세대가 이스라엘을 이끌어가게 된다고 해도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이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절망적인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민족이야말로 수천 년 동안 세계 전역을 유랑하며 핍박을 받아 왔다. 특히 기독교 국가에서는 ‘예수를 배반한 민족’이라는 억울한 죄명을 뒤집어쓰고,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도 나쁜 처우를 받아왔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걸핏하면 격리 수용 당하거나 추방을 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핍박과 고난을 겪은 그들이 이제는 과거 자신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히틀러 독일보다도 더욱 철저한 보복과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증오심과 폭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 저들이 보여주는 폭력과 증오심의 과보는 자기 후손들에게 무거운 압박이 되리라는 것을, 이스라엘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다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병두(칼럼니스트) |
2009-01-05 오전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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