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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대사는 “교는 부처의 말씀이요 선은 부처의 마음(敎是佛語 禪是佛心)”이라 했다. 선종 중심의 한국 불교를 오해한 사람 가운데는 마음 닦기가 중요하다며 부처님 말씀을 소홀히 한 이들이 많았다. 경전은 고해(苦海)를 건너는 뗏목이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는 말씀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다.
무엇을 타고 강을 건널지, 달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 탓에 ‘팔만대장경’은 ‘장경각’에 보관된 유물 취급을 받으며 제대로 읽혀지지 못했다. 경전을 읽지 않는 분위기는 불교출판 시장 위축은 물론 불교계 전체를 위협하며 불법의 홍포에도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현종)이 <간경수행 입문>(조계종출판사 刊)을 발간했다. 불학연구소의 수행입문시리즈 5번째로 발간된 책은 ‘경이란 무엇인가’ ‘경전과 수행’ ‘간경수행의 목적’ ‘간경수행의 방법’ ‘간경수행시 주의할 점’ ‘간경수행의 효과와 공덕’ 등을 다뤘다.
책은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라(自燈明法燈明)”하라는 부처님 유훈을 소개하며, 간경은 부처님 말씀에 비춰 자기를 바로 세우는 수행법이라고 소개했다. “경을 읽고 경의 내용을 깊이 사유하는 일은 바른 믿음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수행”이라는 설명이다.
간경수행은 바른 믿음, 바른 앎과 깨달음, 삼매의 궁극적 지혜의 성취는 물론 소원성취를 위한 기도, 영가천도와 극락왕생을 기원해 하기도 한다. 간경수행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스님의 권유에 따라 경전을 정하는 것이 좋지만 책의 5장에는 어떤 경전을 읽을지에 대해서도 적었다. 경전은 정해진 시간 없이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읽어도 무방하다. 생활이 불규칙하다면 시간을 정하는 대신 경을 읽는 횟수나 소요시간을 정해 읽는다.
한 경전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책은 기도 등 기간에 따라 경전을 읽지만 경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그 경을 놓지 말라고 설명했다. 또 간경수행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의심을 하고 질문을 만들 것이며 △궁금하면 해설서를 참조하고 △수시로 메모할 것을 권했다.
한편 강원 교과서 가운데 하나인 <사집(四集)>의 참고서라 할 수 있는 <사집사기(四集私記)>도 발간됐다. <사집>은 <선원제전집도서> <화엄절요> <서장> <선요>를 모은 강원 교재다.
연구자를 위한 최초의 참고교재로 발간된 <사집사기>는 <사집(四集>의 난해한 내용을 대강백들이 각자의 견해로 내용을 심화 연구한 저술이다. 불학연구소는 동국대 도서관에 보관된 필사본을 바탕으로 동국역경원 등과 함께 5년여 동안 불사를 회향했다.
현종 스님은 “월운 스님(봉선사 조실)을 비롯해 정인 스님(은해사 승가대학장), 각성 스님(부산 화엄사 회주)의 교정 및 현토와 감수 덕분에 출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