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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철부지 할머니로 통합니다.”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촬영장에서 만난 탤런트 강부자(68)의 첫 인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천수경> 예불을 모십니다. 집을 나가기 전에 항상 부처님 전에 삼배하고 항시 부처님 말씀 속에서 당부합니다. 자식들에게는 항상 바르게 살라고 하죠. 딸은 시집가서 가톨릭 집안의 종교를 따르지만 우리 사위는 제가 선물한 단주도 잘 하고 다녀요. 아들은 응접실에도 부처님을 모시고 있지요.”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자주 만날 수 없지만 슬하에 있는 두 아들 딸에게 항상 신심과 신행의 원력을 당부한다. 실제 자식에게는 연기에서 보여 지는 무조건적 사랑이 아닌 엄격한 모습으로 무서운 엄마지만 자식에게 표현 못한 따스한 모정은 한결같다는 것이 그의 속내다.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모태신앙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절에서 화주보살을 했고 불공한 은덕으로 친오빠가 태어났다 하더군요.”
그렇지만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도 하고 찬송가도 불렀다. 일종의 군중심리와 같았다고 회상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일종의 동경과 같은 의미였으리라. 그러나 언제나 종착역은 부처님이었다. 부처님 말씀이 좋았고 물음에 대한 옳은 해답을 구할 수 있었다.
대중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연예인이지만 한복 패션쇼 등 여러 자선 문화 행사에 등장한 그의 모습은 불자들의 귀감이 된다. 배우를 넘어 문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그는 항상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 그러한 그가 불자 연예인으로서 일상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일까?
“불자님이 운영하는 택시를 탔을 때 저는 기사님께 승차거부 같은 실례로 부처님 얼굴에 침 뱉는 일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불자의 도리를 잘 이행해 달라는 당부죠. 모범적인 행동을 솔선해 뭔가 저 사람이 달랐을 때 알고 보니 불법을 섬기는 이여서 그랬다는 평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봐요. 불자로서의 책임감과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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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드라마를 하건 그것이 만약 기독교인 역할이어서 한 손에 성경을 들었다 할지라도 다른 손에는 염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염주를 통해 제 자신을 추스릅니다. 나는 불자로서 타의 모범이 되고 베풀며 포용하겠다는 맹세의 다짐을 염주는 시시때때로 일깨워 줍니다. 항상 깨어있게 해주죠.”
그의 법명은 ‘보광화(普光花)’다. 35년 전 드라마 ‘연화’ 촬영 당시 의정부 회암사에서 수계했다. 항상 부처님께 찾아가 기도하는 역을 연기하면서 주지스님께 받은 법명이다. 그 이후 ‘다보행(多普行)’이라는 법명도 받게 되어 두 개의 법명을 지니고 있다.
연기 인생 46년에 접어든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연습 좀 쉬엄쉬엄 해도 될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홀로 연기하는 모놀로그가 아닌 공동 작업일수록 연습은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후배가 생기는 만큼 책임감이 막중해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까지 덧붙였다.
연기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배우 이전에 인간이 되라”고 강조하는 그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다운 행동을 하고 항시 겸손과 배려를 지녀야 한다”고 타이른다. 일류 배우가 되더라도 신인 시절 초심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비린 것 싼 지푸라기에서는 비린내가 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향 싼 종이와 같은 사람이 되려합니다.”
서로 번갈아 동시에 인(因)이 되는 훈습(薰習)의 힘을 그는 잘 안다. 14대 국회에서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의사당 선서 발표문 가운데 일부이자 지금도 변함없는 신조다.
“저에게 발원이 있다면 설악산 봉정암에 한 번 오르는 거예요. 이생에 큰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봉정암에서 진심으로 참회하면 용서받는다잖아요. 그런데 아직 인연이 닿질 않네요.”
늘 부처님 전에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겠노라 다짐하는 그는 부처님의 가피 안에서 늘 평안하길 발원한다. 부처님 계신 곳이라면 남편과 함께 전국 어디든 순례에 나선다는 그는 현재 정릉 대성사에 적을 두고 있다. 불자 연예인을 대표한 두터운 신앙심과 신행 활동을 인정받아 2007년에 불자대상을 수상했다.
그의 스케줄은 내년에도 빽빽하다. 1월 17일~3월 1일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을 비롯해 촬영개시를 앞두고 있는 미니시리즈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이르기까지 신 바람난 그의 연기 활동은 실제 나이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암 선고를 받은 딸이 일상에서 벗어나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일어난 이야기로 세상에 둘도 없는 분신을 주제로 다룬다. 좋아서 싸우고 싫어도 싸우는 이들의 밉지 않은 싸움이 조각보 이어지듯 펼쳐진다. 진부한 소재 같지만 제목만 들어도 손수건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만 같다.
“건강 유지 비결이요? 별것 없습니다. 우리 쌀밥에 구수한 토종 음식이 최고예요.”
큰 병 한 번 앓은 적이 없다는 그는 7년 전 환갑기념으로 종합검진 받은 것이 전부다. 더불어 노래를 좋아한다는 그는 어린 시절부터 대청마루에 앉아 달을 바라보며 가곡 부르기를 즐긴 것이 고단한 삶의 활력소가 됐다. 좋은 모임의 분위기를 가려 철학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센스란다.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내 빈 마음에 가득 채울 것 없이 또 하루 멀어져 가네.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요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 청춘은 어디로 갔는가….”
‘서른 즈음에’ 노랫말을 시를 읊듯 낭송하다보면 무상한 세월 매일 이별하고 있는 우리가 참으로 소중해진단다. 올곧은 불심을 지닌 그는 젊은 불자들을 만나면 제일 반갑고 기특해 한다.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그는 “지난해는 사회적으로 종교편향이 분분했지만 우리 종교가 귀한만큼 이웃 종교도 귀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 넉넉한 마음과 편안한 얼굴로 시청자들의 관세음보살이 되어주는 그는 새해 아침 불자들에게 “올 한해도 주변의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정진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