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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도 우리 처럼 평범하네?
<스님도 군대 가나요> : 지장 스님지음|클리어마인드펴냄|1만원

서울 종로에 초의차명상원을 개원한 지장 스님.


스님들도 군대를 갈까? 어처구니없는 궁금증 같지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물론 스님들도 군대에 간다. 스님이라고 해서 군대를 가지 않는다면 절마다 스님들이 넘쳐날 것이다. 일반 사병으로 입대하는 스님도 있고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스님들도 있다. 요즘은 동진출가(어려서 하는 출가) 보다는 군대까지 마치고 출가하는 경우가 많아 스님 신분으로 군대에 가는 경우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아무튼 스님과 군대는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인다. 9년 동안 공군에서 군종장교 생활을 한 지장 스님(대원정사주지)에게 군대는 어떤 곳이었을까? 남들은 군에 가기위해 길었던 머리카락을 짧게 깎아야하지만 스님은 군에 가기 위해 없던 머리카락을 길러야 하는 정반대의 길에서‘입대출가’의 새 길이 시작됐다.

군종장교는 제네바 협약에 따라 소총 등 살상무기를 휴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기초 군사훈련 기간에는 사격 체험도 하고 독도법이나 유격 훈련도 받는다. 지장 스님은 <스님도 군대에 가나요>를 통해 12주 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받으며 겪은 갖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스님과 목사님, 신부님이 교육생 신분으로 어우러져 어엿한 군종장교로 거듭나는 과정은 배꼽 잡는 해프닝과 진지한 고민과 대화로 뒤섞인다.

훈련소에서 내복 포장지를 잘라 화투와 카드를 만드는 모습에는 군에 오기 전 존경받던 성직자와 수행자의 모습은 오간 데 없다. 각자의 종교에서 법문을 들려줬던 이들이 종교행사 때는 법문을 듣는 입장이 된다. 또 독도법 훈련 시간에는 번호를 새겨둔 말뚝을 찾아야 하는데 낮잠을 잔다. 훈련장 주변에서 음료수를 파는 할머니가 다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단, 할머니에게 음료수와 소주를 사야한다. 휴식 시간에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어쩌다가 출가했는가?”와“사모님은 어떻게 만나셨어요”다.목사님이“저희 교회에 자매님이 오셨는데…”라고 열애담을 시작하자 스님들은 목사님이 자매를 데리고 사는 줄 알았단다. 한 지붕 속 세 종교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들이다.

9년 동안 공군에서 군종장교 생활을 한 지장 스님은 12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으며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똑같은 사람이기에 군대를 다녀 온 스님. 그러나 군대를 나와 다시 수행자의 위치로 돌아 온 뒤의 수행과 포교 이야기들도 군대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롭고 진지하다. 서울 한 복판에 초의차명상원을 개원해 차명상으로 포교와 정진을 하고 있는 지장 스님은“명상은 행복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한다. 명상원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스님이 만나는 사람들과 일화를 통해 일상에서의 교훈을 가르쳐 준다. 명상 중 결혼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롭다는 젊은 여성에게 스님은‘인생관리의 포트폴리오’를 만들라고 한다. 한 가지 길만 매달리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충격과 고통이 클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조금씩 대책을 마련해 놓으면 크게 상심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명상을 할 수 있다면 자기의 생활과 함께 해야 한다”며 일상생활 속에서의 명상수행을 강조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하는 것도 불행하게 하는 것도 결국은 나자신”이라며‘나’와의 만남을 조언한다. <스님도 군대가나요>는 스님을 조금 더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스님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게 하는 경험담이다.
이나은 기자 | bohyung@buddhapia.com
2008-12-19 오후 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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