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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보살’로 불리며 평생 역경불사에 헌신해 온 월운 스님(봉선사 조실)이 갑작스레 역경원을 떠나 충격을 주고 있다.
12월 19일 동국대 정각원에서는 월운 스님의 역경원장 이임법회가 봉행됐다. 당초 역경 후원회 법회(삼장법회)로 열릴 예정이었던 법회가 동국대의 일방적 해임결정에 따라 이임법회가 된 것.
정각원장 종호 스님도 인사말에서 “오늘(19일) 아침 출근길에 이임법회가 열리는 것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월운 스님의 해임부터 이임법회까지 급작스럽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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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 주지 인묵 스님을 비롯해 문도스님과 삼장법회 회원 200여 명이 자리한 법회는 시종일관 침울한 분위기였다.
월운 스님은 “그동안 후원회를 통해 역경불사에 힘을 보탠 여러 분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드려야 할 참”이라며 청법가와 삼배의 예도 거절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 중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는 구절을 인용한 스님은 “평생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글대장경을 완간했다고는 하나 근사하게 개역판을 내놓지 못하고 물러나 아쉽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해 대중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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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운 스님은 “역경은 대학교수가 글공부 좀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종단 합의기구로 설립된 역경원이 대학의 개혁논리에 의해 교수 합의기구로 전락한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님은 “대중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그분들에게 복덕이 가도록 입다물고 조용히 살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학교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팔순 노인네를 꺾으면서까지 개혁을 하니 동국대는 반드시 중흥할 것”이라며 오영교 총장의 예의 없는 개혁 드라이브에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스님의 해임은 12월 8일 오영교 총장이 주재한 동국대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됐다. 동국대와 역경원간에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내려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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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양성, 포교와 함께 조계종 3대사업을 주관하던 역경원장직이 계약직이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월운 스님이 역경원장에 취임한 1993년 이후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재계약이 승인됐던 관례에 비췄을 때 동국대의 처사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는 불교문화연구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와 역경원을 통합해 (가칭)불교학술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려진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