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2.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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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초’에서 배운 고요한 느림
소선공방 양초공예가 지용 스님
소선공방 지용 스님.

“초 조각 공예를 하다보면 칼의 방향과 깊이에 따라 마음 쓰임이 보입니다.”

연말이 되면 가족 모임과 선물용으로 각광받는 ‘초’는 불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부처님 전에 올리는 육법공양물 가운데 지혜 광명과 하심(下心) 정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양초 공예가 지용 스님(소선양초공예협회 회장)은 그러한 발원의 의미가 담긴 초를 서울 종로구 계동에 소선공방 명패를 달고 수행 삼아 정성껏 만들고 있다. 법당을 겸한 8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아기자기한 수제 초들이 전시 판매되고 조각 공예를 배우기 위한 학생들도 수업중이다.

연꽃 조각 양초.

“1990년 공주 마곡사에서 출가해 동학사 강원을 졸업한 후 동양화를 대학에서 전공하며 불화를 그렸습니다. 어느 날 조각 초를 보고 반해 부처님 전에 흰 초가 아닌 나만의 도안으로 장엄된 초를 공양물로 올리고 싶다 발원한 것이 지금의 소선공방이 됐지요.”

어려서부터 절집에서 성장해온 스님은 폐 초가 항상 아까웠다. 공양물로 올렸다 남은 초를 다시 녹여 크레파스를 넣고 색 초를 만들며 놀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스님은 수제 양초와 조각 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지공예 양초.

“아로마향초는 밀납에 콩 추출물과 천연왁스 그리고 천연오일을 넣어야 효과가 있는데 사실 파라핀과 아로마오일은 희석이 안돼요. 기존의 아로마향초는 거의 화학적 오일을 쓴 것으로 봐야겠죠. 조각 초 또한 천연파라핀을 사용하면 물러서 일반 화학파라핀을 써야 해요. 아로마 효과가 있는 조각 초는 사실 나오기 힘들죠.”

한지공예 양초.

스님에게 양초공예를 배우는 수강생들도 처음에는 절 아닌 곳에 머무는 스님이 낯설었다. 그러나 일상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불안할 때 스님의 지도로 한 생각에 머물며 양초 공예를 하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부드러운 초의 재질 때문에 한 순간에 칼날이 꽃잎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집중력도 향상됐단다.

양초에 색을 칠하고 기법을 이용해 초를 만들지만 심지를 꽂아 태워야만 초의 진정성이 발휘된다고 말하는 스님. 도심 속 작은 공방에서 좀 더 예쁜 초를 만들어서 감사와 사랑의 자비를 나누는 연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02)766-0269 www.candlegallery.co.kr

밀초 공예.

가연숙 기자 | omflower@buddhapia.com
2008-12-19 오후 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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