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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사마타 없는 위빠사나, 철학자도 수행해야”
박인성 교수, 한국칸트학회 정기학술대회서 주장
동국대 박인성 교수는 철학자도 수행을 통해 지관을 겸비한 후 사유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불교는 철학적인 종교라 불린다. <팔만대장경>이 문자의 형태를 갖춘 까닭에 심인(心印)을 전하고 있어도 인간의 사유를 막을 수 없는 까닭이다. 종교와 철학은 진리나 절대자 등 같은 대상을 바라보지만 태도만 다르다. 종교는 숭경하는 마음과 동경의 태도를 갖고 진리를 영접하려 하나, 철학은 이론적 추리와 과학적 고찰을 통해 대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종교와 철학은 상호보완적 관계라지만 가깝고도 먼 사이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종교는 뜨겁고, 철학은 차갑기 때문에.

잘못 섞으면 미지근해져 뜨겁지도(종교) 차갑지도(철학) 못한 것이 돼 서로 비판만 주고받은 것이 지금까지의 학문 경향이었다. 이런 가운데 불교 수행법인 ‘위빠사나’와 ‘사마타’를 통해 서양철학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계에 큰 반향이 예상된다.

한국칸트학회(회장 최인숙)는 12월 13일 동국대에서 ‘칸트철학과 불교철학의 소통’을 주제로 2008년 동계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박인성 교수는 주제발표 ‘불교에서 본 칸트 윤리학의 근본개념들’에서 “철학자들이 온전히 사유하려면 심신을 아우르는 위빠사나 등 불교 수행을 겸비해 수행의 경험을 철학에 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철학은 철학자의 위빠사나 체험을 담은 체계다. 하지만 어떤 철학도 사마타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인성 교수는 “철학자들은 사마타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철학자들은 사마타를 기반으로 위빠사나를 해왔지만 사타마를 실제로 수습(修習)하지 못한 것이 박 교수가 지적한 철학자들의 문제점이다. 박 교수는 “철학자들이 위빠사나가 사마타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철학 체계 내에 사마타의 방법, 과정, 결과를 담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사마타 기능이 윤리학에 수용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위빠사나는 있는 그대로 나누어 본다는 뜻이다. 사마타는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해 고요하게 하는 것이다. 삼마디(三昧)는 단순히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마타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박 인성 교수는 “사마타를 하려면 산란함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인식은 이것과 저것을 보고 듣고 하는 산란함 속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성유식론>에서 “산란함은 대상들에 대해 마음을 유탕하게 하는 것을 본성으로 한다. 바른 정(定)을 장해하고 나쁜 혜[惡慧]의 의지처가 되는 것을 기능으로 한다. 산란은 나쁜 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 것처럼 산란은 삼매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박 교수는 “삼매를 얻어 산람함을 제거함이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바탕”이라 설명했다. 사마타는 들음, 생각함, 잊지 않음, 알아차림, 노력함 등 여러 계기들로 형성된다. 계기들에 집중하려는 의지가 더해져 이뤄진다.

이에 대해 박인성 교수는 “사마타를 유지하며 사유하는 것은 그 자체가 (칸트가 말한) 실천이성이 하는 일”이라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론이성과 실천이성이 동일한 것이라면 이러한 동일함은 산란함 속에서 활동하는 의지가 아닌 고요함 속에서 활동하는 의지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칸트는 “당위는 능력을 함축한다”고 말했을 만큼 당위 개념은 칸트 윤리학의 중심 개념이다. 박 교수는 칸트 윤리학의 당위 개념 등을 통해 불교와 칸트 철학을 비교했다.

박인성 교수는 “불교도 칸트도 사유한다. 하지만 칸트와 불교의 사유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불교는 사마타 속에서 사유하며 사유 결과인 사유 체계에 사마타 체험을 담아놓기에 칸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다.

우리 기운은 쉽게 들뜨고 쉽게 가라 앉는다. 박 교수는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사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사유는 논리적 사유”라며 “논리적 사유가 진정성을 얻어 합리성을 이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몸을 바로잡는 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인성 교수가 제시한 몸을 바로잡는 사유는 삼마디와 사마타를 유지하는 사유다. 불교는 삼마디와 사마타를 유지하는 다양한 수행법들이 개발돼 있다.

박 교수는 “삼마디와 사마타를 통한 사유행위를 칸트의 철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칸트는 불교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는 한자경 교수(이화여대)가 ‘경험세계의 가상성’을, 정승석 교수(동국대)가 ‘업보의 논리와 윤리적 요청’을, 배의용 교수(동국대)가 ‘불교 유식학과 초월 관념론에서 질료의 아포리와 주관의 이중성’을, 김진 교수(울산대)가 ‘칸트와 불교’를, 신규탁 교수(연세대)가 ‘선불교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각각 발표했다.


tip

이론이성(理論理性)은 칸트 철학에서 도덕적 능력인 실천이성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이성의 이론적 측면, 즉 인식을 주로 하는 능력이나 생각을 말한다.

실천이성(實踐理性)은 칸트 철학의 기본 개념이다. 도덕적인 실천 의지를 규정하는 이성과 절대적으로 타당한 도덕의 보편적 법칙에 따르는 능력을 이른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12-18 오후 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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