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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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날의 수덕사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16 예산 수덕사




수덕사에 눈이 온다. 마당엔 발걸음 하나 없고, 보탑(寶塔)에 매달린 풍경(風磬)들만 눈보라 속을 헤매고 있다. 쌓인 눈이 길을 감추고, 겨울바람은 길을 찾아 허공을 떠돈다. 저 멀리 향운각(香雲閣)이 눈 속에 홀로 서있고, 조인선원(祖印禪院) 죽문(竹門) 앞에는 스님이 비를 들고 서 있다.

향운각으로 오른다. 백색의 숲엔 겨울이 깊어가고, 홀로 걷는 발걸음은 고요하기만 하다. 관세음보살상 앞에는 스님이 서있다. 거세던 눈발이 잦아들고, 바람에 실려 온 마른 잎들이 마당에 뒹군다.



산 아래로 눈 덮인 수덕사가 보인다. 수덕사에 머물다간 굵은 이름들과 그들이 남긴 결정적 순간들이 오늘도 산문(山門)을 지키고 있다. 산을 내려간다. 다시 만난 나뭇가지가 손을 내밀고, 문득문득 들려오는 산새소리는 고요를 물고 날아간다.



잦아들었던 눈발이 다시 거세진다. 700년 산 대웅전은 눈보라 속에 서있고, 관세음보살과 긴 얘기를 나누던 스님이 법당 앞을 지나간다. 내리는 눈이 스님의 발자국을 지우고, 감춰진 발자국 위로 겨울바람이 지나간다. 글ㆍ사진=박재완 기자
박재완 기자 | wanihollo@hanmail.net
2008-12-12 오후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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