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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은 공사 중”
불국사 다보탑 83년 만에 대대적 수리 시작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과 이건무 문화재청장 등이 다보탑 부재를 분리하고 있다.


경주 불국사(주지 성타) 대웅전 마당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다보탑이 있을 곳에 탑과 꼭 맞는 높이의 가설 덧집이 세워졌다. 반투명의 천막 안에서는 웅성웅성 사람 소리가 들린다.

“조금씩 당겨주시면 됩니다. 성타 스님(불국사 주지), 이건무 청장(문화재청)님, 백낙승 시장(경주시)님 이쪽에서 살살 당겨주세요. 됐습니다. 이제 부재를 내려놓겠습니다. 다시 조금만 느슨하게 해주세요. 자자, 천천히, 천천히, 됐습니다.”

경주 불국사 다보탑(국보 제20호)의 사각 난간 부재(길이 140cm, 지름 11cm)가 탑에서 분리됐다. 83년만의 대대적 수리가 시작됨을 알리는 순간이다.

내빈의 참관 후 다보탑 수리현장은 일반에 공개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 이하 연구소)은 12월 10일 불국사에서 ‘불국사다보탑수리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다보탑 수리계획에 대한 설명과, 수리현장 참관, 해체작업 시작 순으로 진행됐다.

다보탑 수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25년 일제강점기에 전면 해체수리 했고, 1972년에는 2층하부 사각 난간과 상륜부를 보수했다. 두 번의 수리 모두 당시로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천년 세월의 노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다보탑은 사각 및 팔각 난간, 상륜부 등 곳곳에서 석재의 풍화로 인한 균열과 박리를 보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팔각 난간 부분. 겉으로 보기에도 균열이 여러 곳인데다 색깔도 심하게 변해있다. 쩍 갈라진 부재의 균열을 보면 탑신에 낀 이끼는 애교 수준이다. 앞선 보수공사에서 배수처리를 잘못했는지 1층 옥개석을 통해 탑 내부로 흘러들어간 빗물이 시커멓게 썩은 자국도 보인다.

다보탑은 2008년 12월 10일부터 2009년 12월까지 83년만에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내빈들에게 공개되기 전 다보탑 가설 덧집안의 모습


“조금의 오차도 없이 원상복원 돼야 합니다.” 문화재청장 등과 함께 난간 부재 분리를 마친 김동현 前 문화재위원이 현장책임자 배병선 단장(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에게 신신당부 했다. 김 위원은 “1000년 이상 버텨 온 석조물 해체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가능하면 해체하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해 온 신중론자다.

천년 세월을 지킨 성물(聖物)을 해체ㆍ조립하겠다는 것이 여간 불안하지 않은 원로학자의 의견에 배 실장이 답했다.

“부재를 들어 올릴 때 부숴 질 우려가 있는 등 해체 자체가 위험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재의 풍화가 심각해 비바람에도 무너질 우려가 있어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3D 스캐닝으로 0.001mm 까지 측정해 원형복원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풍화도면을 작성하는 등 보존처리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다보탑 2층 팔간난간이 심하게 균열돼 있다.


이번 수리에서 분리될 다보탑의 부재는 60개(사각 난간 35개, 팔각 난간 16개, 상륜부 9개). 방금 내빈들이 들어 내린 난간 1개를 분리하기 위해서 현장작업자들은 닷새 가까이 공을 들였다. 우선 초음파 장비로 내부 균열은 없는지 사각 난간 곳곳을 검사했다. 난간 부재 접착에 쓰였던 모르타르의 경계 부분도 측정됐다. 이음부의 모르타르는 1.5mm 미세드릴로 정교하게 제거됐다.

내빈 참관 후 다보탑 수리 현장의 일반인들 관람이 시작됐다. 가설 덧집의 계단을 올라 다보탑에 가까이 다가선 이들의 탄성과 한탄이 교차했다.

유경민(47ㆍ서울)씨는 “다보탑을 가까이서 보니 돌을 나무처럼 짜 맞춘 듯 정교하다”며 “균열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새단장한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보탑 수리를 위해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에 세워진 가설 덧집


연구소 측은 수리현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김봉건 소장은 “투명 아크릴로 다보탑 주변을 둘러 일반인들이 안전하게 수리현장을 지켜보도록 하고 안내원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5억 1000만원 예산을 투입해 2009년 12월까지 다보탑 수리를 마칠 예정이다.

해체는 상륜부와 부재 균열과 이격 등의 진행이 확인된 2층 중앙부의 팔각 난간 하부의 사각 난간 등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해체 전 초음파 진단 등 사전조치 후 모르타르 제거 과정을 거쳐 부재를 분리한다. 분리 시 훼손이 의심되는 부재는 임시 강화약재 도포 후 스트레치 필름으로 감싸고 압박붕대를 감는 등 깁스(?)도 한다. 부재 분리를 끝낸 다보탑은 방수처리와 표면강화, 세척 작업 등을 거치게 된다. 보존처리 과정이 끝나면 3D 정밀 실측 자료를 바탕으로 원형으로 복원한다.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이 본격적인 다보탑수리에 앞서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착수보고회 식장에서 성타 스님은 “다보탑 등 성보문화재는 예술 아닌 신앙적인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2009년 12월,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의 기도로 장엄될 다보탑이 기다려진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12-11 오전 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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