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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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불자들의 어머니
익산 원경사 자비스님
군 불자들의 어머니 익산 원경사 자비 스님


수년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행된 전주 35사단 세병호 광장에 연등이 켜지던 날 행사장 한 켠에서 말없이 눈물을 훔치던 스님이 있었다. 한 사람이 다가가 왜 눈물을 보이냐고 묻자 ‘너무 감격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라고 스님은 답했다.

이날 말없이 눈물을 감추던 스님이 바로 익산 원경사 자비 스님인 것이 최근 알려졌다. 당시 왜 눈물을 보이셨냐는 물으니, 스님은 “그동안 35사단 세병호에 걸린 등이 낡아 떨어지고 빛은 바래고 부끄러웠는데 1000개 등을 스님이 보시하고 환하게 밝혀진 연등을 보니 너무 감격해 그랬다”고 답했다.

스님은 동진출가 후 여군에 입대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자비 스님은 5살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통도사에 맡겨졌다. 출가한 지 올해로 60년을 맞는다.

그 후 월하 스님의 권유로 수덕사에서 수행하다가 너무 새색시같이 부끄럼을 많이 탄다는 이유로 은사스님의 권유로 여군에 입대했다. 여군 사병으로 입대해 부사관으로 강원도 원주 1군 사령부에서 근무한 스님은 제대 후 본격적으로 군 포교에 뛰어들었다.

스님이 정기적으로 군법당을 돌보는 곳은 여산 부사관학교, 35사단 호국 충경사, 대전 군수사령부 등이다. 이외에도 임실 탄약창 장영사, 제7공수여단을 비롯한 여러 군 법당에서 요청만 오면 하던 일도 제치고 달려간다.

자비 스님이 군포교에 열정인 것은 타종교에 비해 불교가 너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유치원 초중고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타종교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젊은이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찾아가기로 결심했지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군법당을 포교하리라 발원하고 군포교에 나섰습니다.”

원경사 법당 앞에 붙은 ‘군법당에 쵸코파이 한상자 보내기 운동’을 권하는 문구에서 스님의 군포교에 대한 원력이 느껴진다.

현재 2사단에 근무 중인 정연태 법사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장병들에게 스님은 누님으로 때로는 어머니로 불린다”며 “자신 절의 불사나 개인의 영화를 누리기보다는 이웃을 위해 회향하려는 의지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스님의 자비는 군포교에 그치지 않는다. 원경사가 위치한 익산시 왕궁면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달 후원금을 기탁하며 추운 겨울을 앞두고는 연탄 후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매년 3~4회의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치료비가 없어 고통 받는 전주의 14세 백혈병 환우에게 매년 500만원 상당의 치료비를 남모르게 후원하기도 했다.

스님이 이웃을 위해 회향하고 사는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한창 수행에 열중하고 있던 1988년 무렵 스님은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자궁암 등 합병증을 얻었고 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하게 됐다. 스님은 “그동안 부처님 밥만 축냈다”는 생각에 가슴속 깊은 곳의 모든 것을 토해내는 고통을 참아내며 동굴 움막에서 기도정진에 들어갔다. 3년 동안 솔잎가루 등 생식으로 기도정진하던 어느날 향기로운 향내음을 맡고는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한참 뒤 정신을 차려보니 몸이 날아갈듯 가벼워지며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후로 암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불보살님의 가피를 받은 이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회향하기로 하고 군포교와 이웃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자비 스님에게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이 하나도 없다.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겨놓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 자신은 작은 콘테이너 임법당과 쓰러져 가는 요사에 거주하면서도 불사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군불자들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서고 있다.

조동제 전북지사장 |
2008-12-08 오후 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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