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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사상 선양 위해 다시 초발심으로”
보조사상연구원 20주년 기념 학술대회 개최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 현호 스님은 인사말에서 보조사상연구원의 지난 20년을 회고했다.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 이하 연구원)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보조 지눌의 사상을 한국 불교계를 넘어 종교를 초월한 인류사상으로 홍법하고자 개원한 연구원은 설립 당시부터 기라성 같은 구성원으로 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당시 송광사 주지였던 현호 스님이 이사장을, 법정 스님이 원장을, 故 이종익·심재룡 교수를 비롯해 법산 스님 권기종 길희성 한기두 박성배 로버트 버스웰 등 한국불교학 대표학자들이 발기인으로 동참했다.

연구원은 1990년대에는 돈점논쟁의 주역으로 교계에 깨달음의 토론 열풍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성철선사상연구원 등의 개원에 자극을 줬다. 교계 최초로 학진등재지에 선정되는 등 연구원이 이룬 괄목할 만한 성과들은 정기학술대회 20회, 월례학술세미나 87회라는 숫자만으로도 증명된다.

가장 큰 성과라면 단연 인재불사. 신진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은 장시간의 토론 끝에 2인의 논평자 등으로부터 철저히 담금질 됐다. 한국불교학의 주축으로 불교학 연구자들을 견인해 온 연구원이 배출한 학자들은 인경 스님(동방대학원대학), 박영재 교수(서강대), 임승택 교수(경북대) 등 국내 보조사상 전문가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연구원이 20살 청년이 된 2008년 12월 6일, 보조 스님의 수선사 전통을 이어 온 송광사 문중스님들과 한국불교학 대표학자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연구원이 서울 법련사(주지 보경)에서 ‘보조사상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개원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는 20년 전 연구원 설립 열기가 오늘까지 오롯이 이어지고 있었다.

행사에는 권기종 명예교수(동국대)가 ‘지눌사상의 재조명’을, 강건기 명예교수(전북대)가 ‘인간학으로서의 보조사상’을, 길희성 명예교수(서강대)가 ‘비교사상적 관점에서 본 지눌의 선사상’을, 최병헌 명예교수(서울대)가 ‘지눌 이후의 수선사’를, 법산 스님이 ‘조계종, 송광사 그리고 보조사상’을 각각 발표했다.

보조사상연구원 설립 발기인들. (좌로부터) 김호성 교수 권기종 명예교수 강건기 명예교수 길희성 명예교수


◇보조사상 진위 다시 가려야

권기종 교수는 보조 스님의 저술로 알려진 문헌들의 진위를 거론했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저술진의가 의심됨에도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보조사상을 연구해왔다”며 “보조 스님의 저술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 의한 지눌 사상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기종 교수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보조 스님의 사상은 정혜쌍수, 돈오점수, 선교일원 등이다. 권 교수는 “정혜쌍수의 수행방법은 돈오점수”라며 “돈오는 혜(慧) 수행, 점수해야 알 것은 정(定) 수행”이라 정리했다.

권기종 교수는 이어 “선교일원(禪敎一元) 사상은 간화경절사상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경절문은 언어와 문자를 귀히 여기지 않으면 불립문자를 표방한 교외별전을 강조하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보조사상으로 전개됐던 간화경절문 사상을 비롯해 정토사상과 삼문체계의 선사상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조사상으로 현대 난제 풀 수 있어

보조사상에 대한 인간학적 접근도 시도됐다. 강건기 교수는 “보조사상은 인간회복, 자기회복의 원음”이라며 “잃어버린 ‘참나’의 회복을 강조하는 보조사상은 오늘날 우리가 앓고 있는 환경파괴, 자기상실이라는 심각한 병을 치유할 훌륭한 처방”이라 강조했다.

연구원 활동에 대한 비판과 대안도 이어졌다. 강 교수는 “아직도 보조 스님의 생애와 사상에 관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저술이 없다”며 “보조사상 연구의 현실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대중적인 보조 스님 관련 서적 출간과 외국어 번역본 발행, 웹사이트 운영 등을 통한 전산화 작업이 강건기 교수가 내놓은 대안이다.

강 교수는 “보조사상이 일부 출가자가 아닌 대중의 생활 속에서 숨쉴 수 있도록 체계화되고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강건기 교수는 “정혜결사는 출가자뿐 아니라 인간답게 살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열린 회상(會上)이었다”며 “보조사상의 연구와 선양이 새의 두 날개처럼 함께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길희성 교수는 지눌과 엑카르트, 라마나의 사상을 비교했다. 길 교수는 “절대와 상대의 완벽한 합일이라는 점에서 지눌과 라마나의 사상은 일치한다. 개신교 신비주의를 대표하는 엑카르트 역시 그 궤를 같이해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헌 교수와 법산 스님은 각각 지눌과 혜심의 사상적 연결고리와 보조사상연구원 설립 배경에 대해 발표했다.

한편 법산 스님은 학술대회 전 기자간담회에서 “연구과제로 초창기 보조선 중심으로 한국선을 다뤘으나 앞으로 학제간 연구 등으로 연구범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이사장 현호 스님을 비롯한 발기인들이 다시 모인 연구원은 단순한 20주년 기념행사가 아닌 연구원 설립 초발심을 되새기자는 화합과 정진의 마당이었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12-08 오후 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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