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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재구성과 문화 왜곡
영화 '미인도'와 인간 '신윤복'
올 하반기 문화 키워드는 단연 ‘신윤복’이다. 그러나 불교계는 그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영화 ‘미인도’에 보여진 조선시대 불교 묘사에 ‘스님과 사대부 규중처자의 정사’ 장면이 ‘재구성 혹은 왜곡’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사측은 흐름상 필요한 장면이라고 해명하며 수출용 필름은 사찰 정사 장면을 최종 편집키로 해 일단락 된 분위기다.

대중이 열광한 ‘신윤복’은 어떠한가. 영화 ‘미인도’는 11월 13일 개봉해 503개 극장에서 상영,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200만 관객 돌파를 달성했다. 12월 4일 종영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스타 배우 문근영, 박신양을 기용해 14%대 꾸준한 시청률을 보였다. 서울 간송미술관 조선시대 서화展은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기 위한 10만 명 관객이 몰려 가을 정기전이 12월 말까지 연장됐다. 드라마의 원작소설 <바람의 화원> 또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불황에 굴하지 않는 문화의 파장을 실감했다.

신윤복 신드롬 요인은 한 시대를 풍미한 두 화원 가운데 고증에서 정체가 불분명했던 신윤복이 여자라는 발상으로 재해석한 문화 콘텐츠에 있다. 영화 ‘미인도’에서 스승 김홍도가 제자 신윤복에게 “사람의 눈은 언제나 마음이 원하는 것을 본다. 너는 요즘 무엇을 보고 있느냐?”를 묻는다. 신윤복은 저속한 풍속화를 그렸다는 모함으로 관가에서 고문당하며 “흔들리고 유혹하며 사랑하는 인간의 마음이 아름다워 그린 것 뿐, 단 한 번도 거짓인 적 없다”고 말한다. 연출자의 의도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풍속화를 통해 인간의 실상을 찾는 과정에서 신윤복의 마음에 묶여있던 여성성과 욕망이 화폭에 투영된다. 면밀히 따지면 실제 신윤복은 이미 어린 나이에 자살했다. 타고난 재주 때문에 신윤복으로 살아야 했던 누이동생의 알음알이가 표출된 것이다. 강무와 사랑에 빠진 신윤복이 사찰에서 기도하며 죄를 비추는 ‘업경대(業鏡臺)’에 자신을 비추는 장면이야말로 불교 사상으로 아우른 영화의 비극적인 암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제목은 ‘신윤복’이 아닌 ‘미인도’이다. 영화가 인간 신윤복의 전기를 다뤘다면 상상에만 그쳤을 일들이 많다. 한 예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는 타락한 신부가 창녀촌을 드나든다. 이 공연이 성직자를 왜곡했다면 1990년 미국에서 초연해 현재까지 각광받을 수 있었을까? 중생의 삶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과 저속한 상업주의를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연숙 기자 | omflower@buddhapia.com
2008-12-05 오후 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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