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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완전성을 찾고자 신에게 도전해 삶을 재정의 하고자 한 과학자의 이야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로 인정받으며 한국 뮤지컬 사상 전석 매진 기록 수립의 사례를 보이고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11월 14일 개막한 이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9년 2월 22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초연해 12월 16일 300회 기념 공연을 앞두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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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반란의 시대 120년 전 영국 빅토리아 왕조를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과 완전성을 찾아내고자 한 지킬 박사의 행로는 선와 악의 구분,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위와 그럴 수 없는 행위로 극명히 대립된다. 진실을 찾아 몸부림치는 혁명가 지킬 박사는 억압된 도덕적 책임과 죄책감이라는 내면의 가장 어두운 면을 걸림 없는 하이드를 통해 표출하며 가면을 쓰고 장점과 강점만을 드러내려 하는 인간의 허상을 해체한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철학자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모든 고뇌와 죽음을 초극한 이상적 초인의 인간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뮤지컬 원작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또한 당시 시류를 따라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통해 실존을 탐미했다. 그것이 세기를 넘어 현대의 모순과 교감하며 여래장(如來藏)의 세계를 무대 위에 선보인다.
원효 스님은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마음의 이중 구조를 논했다. ‘일심(一心)이 중생심(衆生心)이며 이 중생심에 심진여문(心眞如門)과 심생멸문(心生滅門)이 있다’고 했다. 중생심의 진여상은 그대로 대승의 체(體)를, 심생멸은 현실의 생멸 인연상을 나타낸다. 심진여의 세계는 염법(染法)의 허망한 마음의 생각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진실의 세계다.
지킬 박사는 심생멸문의 세계에서 범부의 사유 능력으로 진여선(眞如善)의 본성을 분리해 행동 제어가 가능한 제법의 실상으로 드러내려 한다. 인간의 본성으로 들어가 불선(不善)을 제압하는 본성의 선을 찾아 전체를 포섭해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고자 한 의도다. 지성으로 다룰 수 있는 이성적 선과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감정적 악을 분리하고자 분투하며 사랑스럽고 헌신적인 연인 엠마와 창부 루시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중 자아 지킬과 하이드. 이 이야기의 비극은 지킬이 마지막까지 진아(眞我)의 불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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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번뇌법은 무상하다. 경계가 진실하지 않기 때문에 허(虛)이고, 체가 산란하기 때문에 망(妄)이라 했다. 생멸과 함께하는 진여 즉 여래장 사상을 그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무명(無明)에 파도치는 인간을 연민한다. 마음의 진여를 심생멸문 속에서 구하고자 한 지킬 박사는 염법의 존재 하이드와 충돌하며 분별 망상에 휩싸이고 진속의 경계에 휘말린다. 통제 불가능한 지킬과 하이드의 불가능한 공존은 결국 물거품과 같다.
망령된 경계로 몰아가는 물든 마음은 결국 진여로 돌아가고자 한 지킬의 의지적 환멸 연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본각(本覺)의 훈습력이 망령된 무명의 인연으로 인해 분노와 집착을 다스리지 못하게 된 지킬은 결국 심원(心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웅장한 음악과 세련된 의상 및 배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킬의 아리아 ‘지금이 순간(This is the moment)’과 엠마의 ‘한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뿐만 아니라 2007년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지킬 역 류정한과 2008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엠마 역 김소현이 선사하는 무대는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