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문화 > 학술·문화재
고기 안먹으면 더 잘 산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육식문화’ 첫 조명


올 봄 불어 닥친 미친 소 열풍에 온 나라가 들썩했다. “안전하다”는 정부측 해명을 “못믿겠다”는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이명박 대통령 탄핵까지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이어갔다. 광화문 등에 밤이면 일렁이던 촛불 물결은 시민혁명을 연상케 한 거대한 횃불을 이뤘다. 시위로, 괴담으로 온 국민이 정신적 공황을 겪던 ‘미친 소’의 한해였다.

<불교평론> 제37호에 게재된 우희종 교수(서울대)의 ‘통계수치로 살펴본 동물희생’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에서 도축된 가축은 소가 70여만 마리, 돼지는 1300만 마리, 닭은 6억5000만 마리에 달한다. 식탁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전체 인구보다 많은 가축
의 숨통을 끊어 온 셈이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지구 온실효과 기체 방출량의 18%를 내놓는다. 자동차, 비행기 등 운송수단에서 배출되는 양이 13%인 것을 감안하면 육식문화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또한 엄청나다. 영국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라도 육식하지 말자”는 캠페인이 일어날 만도 하다.

광우병 쇠고기를 멀리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만 확산된다면 육식문화를 바꿔 지구도 살릴 수 있다. 지구가 살아야 사람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인 까닭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가운데, 육식문화를 불교 학술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처음 열렸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박인성)은 11월 29일 동국대 법과대학 모의법정실에서 ‘육식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2008년 추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허남결·고영섭·김동진 교수(이상 동국대)와 박정진 교수(한양대)를 비롯한 국내 학자와 이와이 쇼우고 교수(일본, 동양대), 아상가 교수(스리랑카, 콜롬보대), 황샤니엔 교수(중국, 사회과학원) 등 외국학자가 참여했다. 법정으로 간 육식문화,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육식문화를 주제로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육식에 대한 상좌부의 관점을 발표한 아상가 교수(가운데)와 좌장 황순일 교수(왼쪽) 통역 김종인 교수(부산대)


◇불교, 육식 금하지도 권하지도 않아

‘초기불교에서의 육식의 긍정’을 발표한 이와이 쇼우고 교수 등은 “초기불교에서는 원칙적으로 육식을 금기시 하지 않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삼종정육(三種淨肉)’이라고 해서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거나 △타인에게 그런 사실을 듣지 않았고 △자신을 위해 도살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는 고기의 섭취는 부처님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대장경>을 검색하면 육식에 관련한 항목이 2만여 개에 이른다. 대부분 제사 등에서 외도의 육식관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황샤넨 교수는 주제발표 ‘삼매수참의 육식관’에서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나는 것을 제외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생명 존중 차원에서 고려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육식에 대한 상좌부의 관점’을 발표한 아상가 교수는 “불교는 당연히 채식주의를 옹호할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불교가 육식을 권장한 것도 아니다. 고영섭 교수는 주제발표 ‘한국불교에서의 계율과 육식’에서 “만일 고기를 먹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불식육계는 제정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육식이 계율로 금지된 것은 대승불교 이후다. 중생에 대한 이타행과 보살행을 강조하는 대승불교가 구제대상인 중생의 육신을 취할 수는 없었다. 예외는 있었다. 환자 등 특수상황인 경우만 육식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허남결 교수(오른쪽)는 환경 윤리학적 관점에서 육식문화를 진단했다. 왼쪽은 좌장 김종욱 교수.

◇60억 인구가 육지동물 500억 마리 먹어

허남결 교수는 ‘환경윤리의 관점과 육식문화의 반성’을 통해 “육질이 좋은 소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동물성 사료, 호르몬제는 광우병 등 질병을 가져왔다”고 경고했다. 돌연변이의 출현으로 인류 존재를 위협할지 모를 조류독감이나 사스 등이 동물 살상과 학대의 과보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구상 12억8000만 마리의 소가 배설하는 분뇨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10억 인구가 굶주림을 면할 양의 곡물을 소가 먹고 있다. “한 해 60억 인구가 음식으로 소비하는 육지동물만 약 500억 마리”라는 통계는 인간이 살기 위해 매년 10배수에 달하는 다른 중생의 삶을 짓이기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동국대 한의대학 김동일 교수는 의학적 관점에서 육식문화를 접근해 발표했다.

◇채식만이 모두가 사는 길

허남결 교수는 “현재의 고기 생산방식은 해당 동물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지구환경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며 “채식주의를 확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혀 고기를 안 먹고 살 수 있을까? 지나친 채식주의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견해도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굳이 일부러 육식하지 않아도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풍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육식과 질병발생 및 인간수명에 대한 고찰’을 발표한 김동일 교수도 “육식을 현저히 제한하는 식이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육식을 허용하느냐, 허용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 말씀처럼 ‘육식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옛날에는 살기 위해 고기를 먹었지만 이제는 살고 싶으면 고기를 멀리해야 하는 시대다.

법정을 찾은 육식문화는 모두의 공생을 위해 사라질 것을 주문 받았다. 이제는 육식과 채식의 경계에서 중도가 아닌 채식에 몰입할 때다. 다른 중생의 생명을 존중한 식생활은 내 자신의 건강은 물론 모두의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12-01 오전 11:4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