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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통일부장관, 일부 보수언론은 북한을 향해 독설을 내뱉었고, 대북보수단체의 개성공단 삐라살포까지 겹쳐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여기에 추부길 목사의 경솔한 발언까지 겹쳐 남북불교교류까지 먹구름이 끼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22일 페루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이 최후의 궁극목표”라고 말했다. 헌법 4조에 입각한 주장이지만 대통령 발언은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에 초강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쟁에 의한 흡수통일 의도”라고 곧바로 대응했다. 북한정부는 북한 내 남한상주인력 철수를 요구했고, 11월 28일에는 남북 교류ㆍ협력 상징인 경의선 남북철도 운행과 개성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앞서 추부길 목사는 경색되는 남북관계에 그나마 버팀목이 되던 남북불교교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추 목사는 한일불교복지협회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 사무총장으로 지난 10월 14~18일 평양을 방문한 후 CBS노컷뉴스에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가 남측 비공식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계자가 뇌졸중 관련 약 받기를 기대한다는 답변을 했다” 등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추 목사의 말은 곧바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조불련이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로 11월 11일 사실무근이며 명예훼손이라는 항의공문을 보낸 것이다. 조불련은 조계종 등 남측불교계에 추 목사 발언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교류ㆍ연대활동도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추 목사의 해명과 사과공문이 있었지만 불교계는 한 목사의 발언으로 남북불교교류가 타격 입을 위기에 처하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불교에서 구업은 생사윤회의 괴로움을 당하는 근간이 되며 깨달음에 이르는 데에도 큰 장애가 된다고 얘기한다. 우리들은 나의 말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치유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돌멩이 하나가 던저져 연못에 사는 개구리의 생사를 결정짓는 것과 같다. 일반인의 말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지도자, 종교인의 말이다.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남북교류사에서 이번 발언으로 인한 관계경색은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한 마디 말’로 구업(口業)을 짓고, 그 결과 신업(身業)과 의업(意業)까지 범하게 된다. 구업을 청정하게 하는 일은 불자로서의 실천수행과제일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원만한 삶을 위한 기본 소양일 것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淨口業眞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