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을 배경으로 무수한 욕녀(浴女)들이 등장한다.
전통의 다양한 요소들을 현대적 시각으로 흥미롭게 재해석해온 작가 김정향은 ‘더더욱 신이 나서 과장하여 떠들 수 있었다’ 개인展을 연다. 11월 21일~12월 7일 서울 예술공간헛(HUT)에서 선보이는 환상목욕탕으로의 초대다.
상이한 정황과 시점의 인물들이 다양한 포즈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앵그르(Jean Auguiste Dominique Ingres, 1780~1867)의 작품 ‘터키 목욕탕(1862년작) 속 여인들이 중성화 되고, 네델란드 판화가 에셔(M.C. Escher,1898~1972)의 무한 공간이 동양화 기법으로 전해진다. 일상의 공간인 목욕탕에서 여인들은 서로의 때를 밀어주거나 물을 뿌려 주면서 육체의 정결을 성취하고 휴식한다. 현실과 환상이 긴밀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속적으로 구성된 공간은 기묘한 동식물의 배치와 어울려 종교적, 신화적, 신비적인 복합공간으로 해석되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 욕녀들을 신조어 ‘바리(潑利)메디온(medion)’이라 명하며 그들의 역할을 규정한다. 정화를 수행하는 인격체로서 속죄와 재생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작가만의 축제적 화풍으로 삶의 이상향을 표현했다. 작품은 반가사유상의 형상으로 때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삼미신(三美神) 형상으로 등장시키며 세상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존재로 의인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양 최고의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거론되는 혼돈의 신이 등장하고 ‘극락도(極樂圖)’의 요소들과 단테의 <신곡>에 묘사되는 배경들이 어우러진다.
종교적 주제를 다루되 특정 종교의 요소를 강조하지 않으며 다문화의 상이한 종교적 요소를 결합한 그의 작품은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연상케 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전하는 현실과 환상의 알레고리는 치유의 서사를 엮어간다. (02)6401-3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