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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 ‘심청’에서 만난 뺑덕어멈 김성녀
마음의 눈이 신념으로 바라본 세상


뺑덕어멈 역의 김성녀 씨와 심봉사 역의 윤문식 씨가 맹인 잔치로 향하고 있다.


“<심청전>의 주제는 ‘육체의 눈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라고 봐요. 판소리 역사를 증명하는 생생한 고전으로 온 국민이 아는 소재이고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그 구성력이 극의 맛을 좌우하죠.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의 ‘심청’이 20년 전 초연이나 2002년도 공연과 비교했을 때 사회 비판적인 이슈만 틀릴 뿐 주제는 항상 일관됐습니다. 배우는 국민의 대변자로서 신명나게 사회 현상을 고발하고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 농축된 불교 사상이 ‘심청’을 더욱 아름답게 승화시킵니다.”

민족 고유의 해학과 풍자 한 마당이 신명나게 펼쳐진다. 30여년 장기공연을 자랑하며 올 해도 어김없이 관객을 찾은 온 가족의 열린 무대. 극단 미추는 마당놀이 ‘심청’을 11월 20일 개막, 내년 1월 4일까지 서울 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 전용극장에서 선보인다.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한 노래와 춤으로 현대 사회상과 절묘하게 버무린 연희극이다.

극단 미추 마당놀이 심청이 서울 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 전용극장에서 공연중이다.

공연에 앞서 만난 김성녀(1986년 극단미추 창단동인, 중앙대 국악대학 학장)는 뺑덕어멈 역할로 악플(비방하거나 험담하는 내용을 담은 댓글)에 희생되는 인물을 연기,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심청이는 현실 도피를 위해 공양미 300석을 빌미로 자살하고, 심 봉사는 딸을 팔아 눈 뜨겠다는 파렴치한 인간이며, 임금은 맹인 잔치에 나라 돈을 유흥비로 사용했다며 특별조사권을 발휘한다. <심청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극중 요소마다 딴죽거리며 발상을 전환하는 감초 해결사다.

극중 등장하는 스님들.

“연기는 진심이 없으면 오버하게 되죠. 타인의 인생을 대신 표현하는 연기는 거울과 같습니다. 거울이 맑고 깨끗해야 진실한 연기를 표현할 수 있어요.”

깨끗한 그릇이 되기 위해 항시 비우고 반성하며 옳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는 그는 마음으로 교감하는 예술가이고 싶다. 1987년 TV드라마 <토지>에서 극중 조준구(연규진)의 아내 홍씨 부인으로 악역을 연기한 이후 두 번째 악역을 맡은 그는 뺑덕어멈을 ‘귀여운 푼수에 잘 노는 개성파 미인 뺑 여사’라며 화사하고 경쾌한 ‘경기소릿제’야말로 뺑덕어멈의 매력을 전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지닌 나이와 직위가 그를 권위화 할지라도 배우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맡은 바 충실한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본다.

마당놀이 심청은 2009년 1월 4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소설 본, 판소리 본으로 전해 내려오는 작자, 연대 미상의 조선시대 작품 <심청전>은 효행을 주제로 죽음과 환생을 하나의 인과법으로 그려낸 한국 고전소설의 백미다. 마당놀이 ‘심청’은 눈물, 웃음, 감동의 하모니로 고단한 삶의 무게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전한다.

앞 못 보는 아버지를 위해 희생을 자청하는 심청의 효심은 이해타산에 젖어 진정한 인간관계와 기초 질서조차 무너져버린 현대 사회에 근원적인 도리의 물음을 던진다. 인간사에 있어 진정으로 소중한 진리가 무엇인지 일깨워보는 자리다.

분장실에서 만난 배우 김성녀 씨.

마당놀이 인간문화재 3인방 윤문식(심봉사), 김성녀(뺑덕어멈), 김종엽(꼭두쇠)의 명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마당놀이 ‘심청’. 오디션을 통해 심청 역에 발탁된 민은경(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은 김성녀 교수의 직속 제자로 차세대 마당놀이 주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한 심청이를 바라보며 후배 양성의 기틀이 잡히고 있음을 느낀다는 그는 한국 전통 공연계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02)747-5161 www.madangnori.co.kr
가연숙 기자 | omflower@buddhapia.com
2008-11-28 오전 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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