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ICPRCP 전문가회의에 앞선 개회식에서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문화유산에 접근하고 향유하는 것은 모든 민족주권의 특성”이며 “이전된 문화재의 반환은 민족 유산 및 정체성을 복원하고 재건하는 수단이다.”

세계 각 국의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반출된 문화재 반환을 위한 결과문을 채택해 조선왕실 의궤 등 해외반출 문화재의 환수에 힘이 실리게 됐다.

유네스코 ‘문화재 반환촉진 정부간위원회(ICPRCP, 이하 위원회)’ 30주년을 기념하는 전문가 회의가 11월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행사에는 이건무 문화재청장과 프랑수와즈 리비에르 유네스코 사무차장보 등 세계 22개 위원국 대표단 및 국제기구ㆍ비정부간기구 관계자 200여명이 참가했다.

위원회는 1973년 ‘UN총회 결의 3187’ 이후 1978년 유네스코 제20차 정기총회에서 정식으로 설립됐다. 지난 30년 동안 문화재 반환에 대한 국가 간 협상의 물꼬를 트고 불법 유출된 문화재에 대한 국제인식을 제고해 온 단체다.

	ICPRCP 30주년 기념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

참가자 합의로 발표된 결과문에서 전문가들은 “위법적인 이전이나 무력분쟁, 식민지배 또는 점령으로 문화유산이 고갈됐고 이로 인해 문화적 발전과 협력이 저해됐다”며 “이전된 문화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책임”이라 명시했다.

이어 결과문은 각국 정부에 △관련 국제협약에 가입하고 적절한 이행법률을 채택해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것 △권고, 선언 및 결의와 같은 기타 국제 규범적 수단에 관심을 기울일 것 △우호적인 수단을 통해 문화재 반환과 원상회복에 관한 분쟁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 △자국 내의 이전된 문화재에 대한 정보를 공개ㆍ제공하며 해당 문화재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되는 국가와 공동체에 통보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회의는 1부 회고와 전망, 2부 문화재 반환 사례, 3부 아시아 눈으로 본 문화재 반환을 주제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김창규 교수(한국전통문화학교)가 1부 토론자로 참석해 1970년 ‘문화재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2부에서는 이보아 교수(추계예술대)가 주제발표 ‘한국의 문화재 반환사례’에서 ‘북관대첩비’ 반환과정을 설명하고 반환의 정당성을 국제법과 박물관학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난영 학예연구관(국립문화재연구소)은 미국에 반출됐던 어재연 장군 수자기 반환사례를 통해 문화재반환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3부 회의에서는 신병주 교수(가운데)와 황평우 소장(맨오른쪽)은 프랑스로 반출된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3부에서는 신병주 교수(건국대)가 주제발표 ‘조선시대 기록유산의 유출 및 반환해법’에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자 황평우 소장(문화연대)도 “불법적인 군사행동으로 약탈한 문화재는 전리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티에리 베르텔로 정무참사관(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외규장각 도서는 현재 프랑스 국유 재산이다. 프랑스 국내법에 의해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종래의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27~28일 각 국 정부대표들이 참석한 ICPRCP 특별회의에서는 ICPRCP 30년 활동의 성과를 회고하고 ICPRCP 강화 방안 등을 중점 논의됐다. 1989년부터 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한국은 이번 특별회의에서 의장국에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