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성 역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펴냄|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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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은 부처님이 전 생애에 걸쳐 설법한 내용인 팔만대장경 가운데 핵심적인 가르침을 423개의 시로 구성한 경전이다. ‘성난 말을 하지 말라. 마음에 괴로움을 안겨줄 뿐이다. 악을 보이면 재앙이 오나니 내 몸에 해로울 뿐이다’ ‘분노보다 더한 독은 없다’… 이처럼 <법구경>에 나오는 시들은 불교라는 종교적인 테두리를 넘어선 인류의 위대한 영적 양식이자 지혜를 담은 격언이다.
당나라 대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도림선사(道林禪師)를 찾아가 불교의 가르침의 대의(大義)를 묻자 선사는 <법구경>의 시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基意) 시제불교(是諸佛敎)’라 답한다. 이는 ‘모든 죄악을 짓지 않고, 모든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성취하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모든 깨달은 이의 가르침이다.(Dhp. 183)’라는 부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과 인류의 보편적인 지침을 말하고 있다.
빠알리어로 <담마빠다(Dhammapada)>, ‘가르침의 조각들’ 또는 ‘진리의 길’,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법구경>은 수행자는 물론, 재가자와 동ㆍ서양인들에게도 예나 지금이나 세계의 고전으로 꼽히는 경전이다. 100여 종의 영역과 10여 종의 독역, 10여 종의 일역, 10여 종의 한글역과 수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 되었다는 점을 보면 <법구경>이 올바른 삶의 방향과 동시에 삼법인ㆍ사성제의 원형적 가르침과 불교윤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탁월한 경전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대경전은 법정 스님(조계종 원로), 서경수 교수(동국대), 거해 스님 등의 번역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일본의 나카무라 하지메 일역의 중역, 또는 라다크리슈난 영역의 중역인데다 주석이 없어, 본래의 경전의 진의가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최초로 빠알리 원전을 번역한 <법구경-담마파다>가 출간돼 부처님 말씀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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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담마파다>는 단순한 빠알리 원전번역이 아니라, 스리랑카사원에서 전승되어 온 문헌적 주해를 보충해 2023개의 주석을 달았다. 철학적 주석뿐만 아니라 방대한 인연담까지 총망라해 세계 최초로 출간하는 것이다. 이번 주석에는 서양에 가장 널리 알려진 1870년에 이루어진 막스 뮐러의 영역본을 싣고, 그 가운데 번역상 문제가 있는 몇몇 시를 전재성 박사(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가 교정해 스님들이나 포교사들의 해외포교나 국내 청소년의 교육용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빠알리 본과 대략 일치하는 한역 <법구경> 원문을 싣고 그 한역 대장경의 출처를 밝혀 놓아서 전통교학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역자는 “<법구경>은 불교도가 아닌 일반사람에게는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교양서이고, 불교도들에게는 짧게 서술된 시들의 의미가 광대한 부처님의 가르침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팔만대장경의 입문서”라며 <법구경>이 “무지의 어둠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비추어주는 횃불”의 역할을 할 것임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