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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돌아온 낙엽을 밟으며 일주문에 들어선다. 현판에 걸린 ‘직지(直指)’라는 두 글자가 경전의 한 구절처럼 지나가고, 눈앞의 단풍나무는 어쩔 수 없는 시절로 다가온다. 가을 끝의 바람이 숯에 숨은 불씨를 들춰내듯 황악산 이곳저곳을 불어대며 마지막 남은 가을빛을 찾아내고, 황악산에 안긴 직지사는 그 짙은 풍경으로 또 한 번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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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안교(到彼岸橋)를 건너 천불선원 앞에 선다. 까치 한 쌍이 또 다른 세상을 찾은 듯 마당에 날아와 앉고, 다리 밑을 흐르는 개울물과 물 위에 떨어진 낙엽들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어디론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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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문 사이로 부처님이 보인다. 늘 가까운 눈빛은 무릎을 꿇고 앉은 중생의 사연을 듣고, 변함없는 그 미소는 길을 잃고 앉은 마음에 등불을 밝힌다. 어두웠던 마음, 알 수 없는 물음을 떠나 다시 불단 앞에 앉으면 소리 없이 타오르는 향연(香煙)이 스승을 찾는 운수(雲水)처럼 법당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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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선지식이 머물다간 길고 긴 시간과 그들이 남긴 단단한 불교의 역사를 간직한 도량 직지사. 오늘도 산문(山門)엔 바람이 불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쌓인다. 단풍나무 오솔길을 걷던 스님이 단풍잎 하나를 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