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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공평해지는 길
이병두 칼럼니스트
인류 역사에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세금과 병역 등 국민에 대한 의무 부과가 완벽하게 공평한 적이 있었을까?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가능한 완벽하게 공평한 조치를 취하려 노력하는 왕과 정부가 있었다면, 그때가 바로 ‘성군(聖君)’ ‘전륜성왕’이나 ‘철인(哲人)’이 통치하는 태평성대였을 것이다.

요즈음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하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와 여당 안에서도 이것을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아직 개정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요점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고 그것이 “공평한 과세”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었든 가난한 사람이 되었든 누군가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은 얼핏 보면 ‘좋은 일’ 같아 보이는데, 곳곳에서 저항과 반대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써야 할 돈은 정해져 있는데 부자들의 세금을 내려주면, 그 내려준 세금만큼 어딘가에서 보전을 해주어야 할 것이고 그 몫은 결국 직접세를 통해서든 간접세를 통해서든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문제 해결이 어려운 곳도 없을 것이다. 역대 정권이 이구동성으로 “부동산 값을 바로잡겠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겠다는 기대 자체를 하지 못하게 바로잡을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고통 받게 하겠다. …” 등등의 그럴듯한 말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실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 문제를 해결한 정권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도 세금을 많이 내지 않게 하겠다”고 하니, ‘땅 부자’들은 신명나게 되었다. 이것이 공평한 정책일까?

미국에 비해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고,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에릭슨이나 노키아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 회장 등이 과속이나 주차 위반으로 걸릴 경우, 그에게 부과되는 교통벌칙금은 일반 서민의 수십 배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수상이나 장관 등 고위직 인사들의 경우도 마찬가로 서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벌과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북 유럽 국가들에서처럼 교통벌칙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이 공평한 것일까? 아니면 수천 억 재산을 가진 사람이나 중고차 한 대 어렵게 장만해서 과일 장사를 하는 행상이나 ‘같은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똑 같은 액수’의 벌칙금을 부과하는 우리나라가 공평한 것일까?

내가 느끼기에 진실로 공평한 것은, 북 유럽의 경우처럼 심지어 범칙금까지도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것이다. 굳이 노불리스 오블리제(Noblesse-oblige)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것이 오히려 많이 가진 사람들이 그 가진 것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누리는 비결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 권력이 무너지고 사회 변혁이 일어나 위와 아래가 뒤집히는 일들은 세금과 병역 부과가 공평하지 못해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저항하고 궐기했을 때에 일어났었다. 북 유럽 국가의 ‘가진 사람들’이 얼핏 보면 차등 대우 같이 보이는 세금과 벌과금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 역사를 통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신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현명한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종부세 인하를 강력하게 바라는 분들이여, 오래도록 그 재산을 곱게 유지하고 자손만대로 부를 누리고 싶다면 종부세 인하가 아니라 인상을 주장하라. “우리에게는 벌칙금과 과태료를 서민보다 더 부과하라. 그것이 공평하다”고 요구하라. 그러면 온 국민이 여러분들을 ‘현명한 부자’로 인정하고 존경할 것이다.

정부 여당의 정책 입안자들이여, 권력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면 극소수 부자들만을 위한 일을 ‘경제 살리기’라고 호도하지 말라. MB 정권을 출범시켜준 유권자들의 표가 여러분을 겨누는 날카로운 창이 될지, 계속해서 정권을 지지하고 후원하게 될지 그 책임은 여러분들에게 있다.
칼럼니스트 이병두 |
2008-11-07 오후 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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