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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희망의 리더십: 오바마 후보 대통령 당선의 의미


정천구 교수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은 건국 237년 만에 첫 흑인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흑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변화와 희망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바마 후보가 흑인이라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오바마 후보의 탁월한 정치력과 감동적인 연설이 흑인에 대한 남아있는 거부감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선거기간 중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인 라이트 목사가 백인이 지배하는 미국을 “빌어먹을 미국”(God damn America)이라고 공개적으로 욕설을 해서 인종문제가 악재로 불거질 뻔 했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는 대담하게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는 지난 3월 18일 필라델피아 헌법기념관에서 행한 “우리 국민이 보다 완벽한 연방을 건설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라이트 목사의 발언은 모두가 함께 뭉쳐야 할 시기에 나온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두 개의 전쟁, 테러리스트의 위협, 곤두박질치는 경제, 그리고 잠재적 위험성이 큰 기후문제 등은 흑인과 백인, 라틴계와 아시아계를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공동으로 닥친 문제들이며 이의 해결을 위해 다 함께 뭉쳐야 할 때”라고 단합을 호소하였다. 이 연설은 선거에서 흑백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확실히 차단하는 동시에 미국이 당면한 문제가 미국인 모두가 함께 해결할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켰던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능한 정치가는 무엇이 정치적으로 가능한지를 포착하여 이를 현실에서 실현시킨다. 링컨은 19세기 후반 많은 미국인들이 인간의 자유보다는 노예라는 인간재산에 집착하던 시기에 리더십을 발휘하여 노예 해방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인간적인 진실함과 용기 그리고 뛰어난 언변에 있어서 링컨과 케네디를 함께 닮았다는 오바마 당선자는 문제가 있음에도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미국인들을 일깨워 변화(change)를 원하게 만들었다. 그가 앞으로 미국인 모두와 함께 추구하게 될 변화는 정치, 경제, 국제관계의 모든 면에 걸쳐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경제의 문제가 뉴욕 금융가 월스트리트(Wall Street)를 살찌게 하고 실물경제(main street)를 멍들게 한 방만한 경제운용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국가의 개입에 의한 공정한 규제의 강화와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의 확대를 경제정책의 기조로 잡고 있다. 그는 공화당의 감세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고소득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세금을 낮출 것이며, 이라크로부터 빠르고 질서 있게 철군하고, 건강보험을 확대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약속하였다. 외교정책에서는 미국의 독선적 일방주의(unilateralism) 대신에 대화와 협조를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에게 불공정하다고 보는 무역관계를 시정하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라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해서 오바마 후보는 이미 지난 2월 12일 자신이 소속된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해 남북한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를 팔면서 한국에는 미국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불공정한” 한미 FTA를 재협상할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북핵문제는 대화의 단절이 더 악화시켰다면서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였다.

미국에서 개혁적인 민주당의 집권으로 한미관계에서 다시 엇박자가 나면 어쩌나하고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향은 좀 다르지만 한미 양국 정부가 모두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점이 있다. 오바바 당선자는 신보수수의의 그늘 아래 지난 8년간 방만하게 운영되었다고 보는 국내외 정책을 바로 잡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에 의해 방만하게 이루어졌던 국정을 바로 잡아야 할 과제를 안고 뛰고 있다.

오늘날 외교는 정치적 색깔과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외교력을 잘 발휘한다면 공화당의 일방주의 보다는 오바바 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오리려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민주당은 좌파가 아니며 오바마 당선자는 엘리트 교육을 받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성장한 지성과 양식을 갖춘 정치인이다. 함께 위대한 변화를 추구해 갈 수 있다고 본다.
정천구(영산대 석좌교수) |
2008-11-07 오후 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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