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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전산화에 앞서 범례 설정해야”
정승석 교수, 전자불전연구소 학술세미나서 주장
“<한글대장경> 체제와 구성의 완비를 위해서는 범례, 해제, 본문, 역주, 색인을 갖춰야 한다. 현행을 유지하며 전산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범례 설정이 시급하다.”

동국역경원(원장 월운) 설립 37년 만인 2001년 9월 6일, 318책을 발간하며 <한글대장경> 편찬사업이 끝났다. 대장경의 일반 편제에 비춰 기형적인 체제를 갖춘 <한글대장경>은 외면당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정승석 교수(동국대)가 <한글대장경> 전산화 사업에 따른 최우선 과제로 범례 설정을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전자불전·문화재콘텐츠연구소(소장 보광)가 11월 6일 동국대 다향관에서 개최한 제10회 학술세미나에서 정승석 교수는 ‘<한글대장경>의 체제와 구성’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한글대장경>은 ‘완간’됐을 뿐 ‘완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일본의 예를 들었다. 일찍이 <한역대장경>의 자국어 번역에 착수했던 일본은 1929년 <소화신찬 국역대장경(昭和新纂 國譯大藏經>과 1935년 <국역일체경(國譯一切經> 간행에 이어 1992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신국역대장경(新國譯大藏經> 간행을 통해 기존 <국역대장경>을 개선해왔다.

정승석 교수는 “완간된 <한글대장경>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할 필수적 토대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 토대에 위의를 갖추는 후속작업이 <한글대장경>의 당면과제”라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행 <한글대장경>의 체제의 원인을 국고지원금의 유무와 규모에서 찾았다. 정승석 교수는 “국고지원금이 고갈되면서 침체기를 맞다가 국고지원금을 다시 확보하면서 활기를 맞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한글대장경> 간행은 체제와 구성보다 역경사업 완수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재정적 난관 없이 침체기를 겪지 않고 <한글대장경> 간행이 지속됐다면 구판 체제로 완간됐을 것”이라며, “침체기는 <한글대장경> 체제와 구성에서 구판과 신판의 분기점”이라 말했다.

<한글대장경> 구판은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채택한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의 편제를 대부분 따랐다. <대정신수대장경>의 논소부를 한국찬술부로 대체하고 남전부만이 추가됐다. 이후 구판의 기존 체제를 상실한 채 원형을 유지하거나 재편집돼 신판에 편입됐다.

정 교수는 “본연부에 속한 불전 일부를 파격적으로 격리하는 등 신판은 <한글대장경>의 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간행됐다”고 지적했다. 정승석 교수는 “<한글대장경> 구판은 신판의 전신이며 현대 한국불교 역경사업의 효시로의 가치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구판은 출생의 비밀을 은폐하듯 사장됐다”고 비판했다.

신판에서는 기존 판본의 내용을 재인쇄하면서 초판으로 명기하기도 했다. <니야야빈두> <인명입정리론> <간추린 인도논리학>을 수록한 구판 136책은 1969년 초판으로 1971년 3판 인쇄됐었다. 이것이 신판 151책으로 재간행되면서 1995년 초판으로 명기됐다. 이런 사실을 지적한 정 교수는 “<한글대장경>은 성전(聖典)으로 권위와 위의를 갖춰야 마땅하다”고 역설했다.

정승석 교수는 <한글대장경> 내용의 비통일성도 지적했다. “일종의 고전 번역 결과물인 <한글대장경>은 해제, 본문, 역주의 세 범주를 갖춤은 물론, 전집의 공통원칙인 ‘범례’와 색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한글대장경> 구판은 해제와 본문을 중심으로, 신판은 역주를 부각해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정승석 교수는 “방대한 전집에서 범례와 색인이 없다는 것은 전체적인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정 교수는 “<한글대장경>은 내용 구성에서 낱권으로서의 일관성은 일정 수준 유지되도 전집으로의 일관성은 빈약하다”며, “전반적인 재정비에 앞서 총괄적 번역지침인 범례부터 갖추자”고 주장했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11-06 오후 8: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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