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미와 사미니는 예비승으로 규정돼 있지만 정식 승가의 일원이 돼야 한다.”
조계종 제6회 3급승가고시 및 연수교육 수료스님들이 승랍기산을 비구ㆍ비구니계 수계일로부터 기본교육기간 4년을 합산해 기산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90여 스님들이 참여한 승려법개정추진위원회(이하 승개추)는 10월 17일 성명서를 통해 “승려의 승랍은 비구, 비구니계 수계일부터 기산한다는 현재의 승려법 제5조 승랍기산 조항은 불합리한 부분이 많은 만큼 ‘승랍은 비구, 비구니계 수계일로부터 기본교육기간 4년을 합산하여 기산한다’로 개정해 줄 것을 총무원과 중앙종회에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승랍 11~14년 스님 실종
1999년 12월 개정된 승려법에 따르면, 1994년 이전 출가자는 사미ㆍ사미니 때의 승랍을 인정한 반면, 1995년 이후 출가자는 사미(니) 때의 승랍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94년 출가자는 올해 승랍이 15년이지만, 1995년 출가자는 전문교육을 최단기간에 수료하더라도 승랍이 10년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승랍 11~14년에 해당하는 스님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총무원 등 중앙종무기관과 교구본사 등에서 국장급 소임을 맡을 인적자원이 부족한 인력난에 봉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구본사는 국장급 소임자를 구하지 못해 승랍 10년 미만자로 채우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게다가 중앙종무기관 국장급은 승랍 15년 이상을 자격기준으로 삼고 있어 교구본사 보다 5년 늦게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승랍기산을 변경하거나 소임자 자격기준을 완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0대 돼야 중앙종무기관 국장급 소임 가능
최근 출가연령은 점차 고령화, 고학력화 되는 추세에 있다. 최근 몇년간 평균 출가연령은 30대 중반이다. 현 조계종 법계에서 승랍 15년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9년이 필요하고, 50대 중반에야 중앙종무기관 국장급 소임을 맡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앙종무기관 국장 소임자의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자칫하다가는 종단행정조직 체계와 인적자원의 공백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승개추는 “최근 출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조계종 인적구조가 급격히 고령화 되고 있어 종단발전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고 형평성 문제로 인해 종단행정에 대한 불신과 승려간의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주장한다.
◇사미승도 당당한 출가승단
조계종 종헌 제8조는 “본종은 승려(비구ㆍ비구니)와 신도(우바새ㆍ우바이)로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자와 사미ㆍ사미니는 사부대중 공동체의 일원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단 구성원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는 존재인 셈이다. 승려법의 승랍기산 조항에서 사미(니)의 수행기간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인 미비는 사미(니)의 종단내 역할을 간과한 심각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태고종 등 타종단이 사미(니)를 정식 승려로 인정하는 현실과도 배치된다. 4년간 예비승려로서의 수행기간을 인정받지 못함으로서 7~8년만에 정식 사제로 인정받고 선교에 나서는 이웃 종교 성직자들과의 포교경쟁에 뒤쳐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게다가 종헌에서 사미(니)를 종단 구성원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사미(니)에 관련된 종법은 법률적 해석에 따라서는 종헌에 위배된 효력 없는 종법이 될 수도 있다. 중앙종회는 사미(니)를 종단구성원으로 포함시킬 것을 규정한 종헌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수번째 이월시키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800여 스님들이 ‘승랍기산 시점을 사미(니)계부터 해야 한다’는 승려법 개정청원을 했지만,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승개추 집행위원 도륜 스님은 “제6회 3급 승가고시 및 연수교육 수료자 일동은 종단의 미래를 위해 수행과 교육, 포교에 진력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한다”며 “ 그러나 일부 불합리한 종법체계로 인해 승가화합과 불교발전에 저해되는 점이 있기에 시정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승개추는 승려법 개정 요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중앙종회 정기종회가 열리는 11월 6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승가의 화합과 불교발전을 위한 법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