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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감성과 대화하다!
이모그래피(emography, emotion+graphy) 창안자 무산 허회태(52ㆍ사진) 선생은 서ㆍ화ㆍ각(書ㆍ畵ㆍ刻) 예술인생 47년을 기념해 11월 4~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관에서 ‘이모그래피’展을 연다. 사물을 본떠 관념화된 문자가 아닌 감성을 나타낸 흔적을 의미하는 이모그래피는 8m 높이의 작품 ‘108번뇌불(煩惱佛)’과 ‘억만 부처佛’로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농담의 균열이라고 표현 하지요. 부처 불(佛)자를 중첩해 하나의 거대한 ‘佛’자로 창작한 작품입니다. 화선지를 천만번 이상 말리고 또 말려서 기운이 생동하는 이모그래피가 완성됐습니다.”
그는 회화의 형태와 설치의 입체 그리고 획의 서예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이들의 장점만을 결합해 속성의 본질로 다가가고자 했다. 이는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하나’라는 화엄의 중중무진(重重無盡)한 법계 연기관으로 통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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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미술평론가 류병학은 “그의 용필은 대담하면서도 천진난만합니다. 거대한 붓으로 종이에 긋는 장면을 떠올리니 마치 칼끝이 모래를 밀고 나갈 때 칼과 모래의 마찰음이 손과 팔뚝을 통해 가슴에 와 닿는 듯합니다”라고 평했다.
허회태 작가는 어머니의 불심이 본인의 작품 세계로 물들었다고 말한다. 동양미술사 100년을 회고할 때 왕의 곁에는 항상 명필가가 있었다. 그러나 기술자로 전락한 현대 서예가의 초상을 체험한 작가는 보물창고 안의 서예를 일상의 광장으로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붓질의 감성을 현실화 시키는 독보적인 이모그래피의 세계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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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는 공(空)인데 ‘나를 버리고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것이 작업 세계의 단초이자 공의 세계로 도달하고자 하는 과정이 됐습니다.”
허회태 작가에게 이모그래피의 극대화는 세상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예술적인 감흥이다. 그 속에 사람에게 감동을 전하는 철학을 농축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가 구현된 작품이 바로 ‘108번뇌불(煩惱佛)’과 ‘억만 부처佛’이다.
“집중이 어려울 때는 <반야심경>을 독송합니다. 작업에 몰입해 무아의 세계를 경험하다보면 아지랑이 같은 삼매가 피어나는데 이때 모든 에너지를 작품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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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5세부터 한학을 시작해 중학생 때 효당 김문옥(1901∼1960) 선생에게 아호 무산(茂山)을 받은 허회태 선생은 38세에 국전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전각예술로 읽는 <반야심경>과 22점의 도자기 그리고 생활속의 이모그래피 시리즈(한복ㆍ가구) 등은 획일화된 감성을 재창출하며 만물의 숨결을 응축해 드러낸다. (02)588-3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