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사장 지욱, 이하 서불대) 분규가 10월 20일 학교 측의 미등록 학생 35명에 대한 제적 처분으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서불대는 설립자 덕해 스님(前 보문학원 이사장) 원력으로 2002년 개교했다. 설립 당시부터 불교에 기반한 현대적인 치유와 성장의 학문을 지향해 교계 안팎에 큰 반향을 몰고 왔던 서불대가 어쩌다 학생 35명을 제적이라는 내홍에 시달리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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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식 총장 해임이 발단
사건은 6월 13일 이사장 지욱 스님이 당시 황윤식 총장을 해임하면서 촉발됐다. 덕해 스님의 상좌인 지욱 스님은 황윤식 총장이 덕해 스님을 등에 업고 일부 교수를 선동해 재단이사회를 전복하고 본교를 매각하려 한다는 이유로 이사회를 소집해 황 총장을 이사직과 총장직에서 모두 해임했다. 해임 사유는 사문서 위조와 직무유기.
7월 13일 교수협의회와 학생회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황 총장 해임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학내구성원 갈등에 위협을 느낀 학교 측은 8월 29일 설립자 덕해 스님의 명예이사장직도 박탈했다. 9월 4일에는 황 총장의 신임을 받던 김명권 교수가 학과장 보직해제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황윤식 총장이 8일 교과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총장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에 이어, 18일 총장해임무효가처분신청 법원 판결에서도 총장 해임이 무효화되면서 새 국면을 맞는듯했다.
학내 사태 문제 해결을 위해 등록을 유보했던 학생들은 황 총장의 복귀가 확실시되자 총장 출근일에 한꺼번에 등록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황 총장 출근 첫날인 9월 23일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황윤식 총장을 직위해제 시켰고, 학생들의 등록금 납입 계좌를 막았다.
10월 8일 총장대행이 된 김영란 교수는 휴학을 않는 미등록생의 원칙적인 제적처리 의사를 밝혔다. 학생들이 불교계 언론 등 외부에 분규 사실을 알리자 14일에는 학내 상황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면 등록을 받아주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15일 교수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과 뜻을 같이함을 피력했다. 하지만 제적 처리 마감시한인 15일이 지나자 학교측은 휴학 및 조건부 등록을 수용하지 않은 학생 34명에 대한 제적처리를 강행했다. 18일에는 학생회장 문임숙씨의 교내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용역직원을 고용해 학생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일 제적통보서를 수령한 학생들은 22일 학원정상화를 위한 108배 기도회 회향법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생지위보전가처분 신청 등 법적절차 착수와 교과부 탄원서 접수 및 길거리 퍼포먼스 등을 예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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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독단에 막힌 소통
학교 측의 파행운영에 피해를 입은 것은 학생 뿐만이 아니었다. 학교 행정실 직원 등은 인사조치 됐다. 학교 측에 부당함을 호소한 교수들도 신분위협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수협의회 대변인 박성현 교수는 “현 이사장인 지욱 스님은 교무회의에서 공공연하게 ‘총장도 잘랐는데 정년보장 교수라고 못 자를 줄 아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얼마 전 교수협의회 소속 두 교수에게 이사회가 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사직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등록금 계좌를 막은 것은 9월 19일까지 주었던 등록기한이 지났기 때문”이라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는 “등록거부가 아닌 학내사태 해결에 따른 등록유보였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학교에 등록금을 낼 수 없게 된 학생들은 법원에 등록금을 공탁했지만 학교측은 이마저도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제적 처분이 끝난 10월 15일 이후에는 제적생들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원칙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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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불대 사태 해법은?
교수ㆍ학생 등은 학교 측의 강경대응이 현 이사장 지욱 스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명권 교수는 “법원과 교과부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황 총장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냈지만 학교 측은 총장 복귀를 막기 위해 총장실을 폐쇄하고 다시 직위해제했다”며 “학교 측이 편법적인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사태를 초래한 교수를 재계약하는 등 권력을 전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사장 지욱 스님은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교수들에 의해 선동되고 사주 받아 이사회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 측 관계자는 “학교 장기 발전 계획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 교수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 위해 학생들을 동원해 이사회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려 해 벌어진 일”이라며, “학생들의 제적을 초래한 것은 이사회가 아니라 총장 해임을 빌미로 등록을 막은 교수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수 13명, 학생 160여명의 소규모 사학인 서불대는 재단의 제왕적 파행운영이 손쉬운 구조라 지적했다. 이사회 구성을 살펴봐도 전태진 이사, 전형준 법인차장, 김봉회 이사 등 설립자 스님의 동생, 매재 등 속가 친인척과 도진ㆍ지욱 스님 등 상좌가 대부분이다. 전문 교육자가 아닌 설립자 인연에 따라 정실인사로 구성된 이사들로 인해 서불대는 설립 초기부터 분규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의 진단처럼 서불대 사태는 얽히고 설킨 이사회 구조상 자발적인 타결을 기대가 어려울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제적된 학생들은 법적 처리 등과는 별도로 학교 측에 계속해 저자세로 읍소하고 있다.
교계사학인 서불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불교계 위상이 하락될 것을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학교 관계자들이 조계종 스님들인 만큼 종단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서불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