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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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공경이 부처님 만나는 열쇠”
생활 속 수행의 달인- <금강경> 독송 김희종 거사

“<금강경> 독송은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느냐가 중요해요. 경전에 지극한 믿음과 공경심을 갖고 부처님께 직접 법문 듣는 것처럼 읽어야 합니다.”

매일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금강경> 독송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김희종 거사(48ㆍ도서출판 공경원 대표). 그는 <금강경>과 만난 지 40여년, ‘제대로’ 읽기 시작한지 20여년 된 ‘<금강경> 독송의 달인’이다.

경북 왜관의 불자 집안에서 태어난 김 거사는 추위가 매서운 겨울에도 새벽마다 부친과 함께 흥국사에 올라 약수터 찬물로 목욕재계하고 예불하며 자랐다. 예사롭지 않은 불연이지만 어렸던 김 거사에게 불교는 어렵기만 했다.

김 거사를 부처님 품으로 인도한 것은 어려서부터 그를 괴롭힌 말더듬 습관이었다. 김 거사가 ROTC 장교로 군복무 하던 때다. 부대원 수백 명을 앞에 두고 구령을 붙이는데 ‘부대 차렷’에 이어 나와야할 ‘경례’ 소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곤욕을 치뤘다.

신체적 단점에서 비롯된 고통과 갈등을 치유하고자 김 거사는 암시법, 초월명상, 위빠사나 등 수행에 집착했다. 고등학교 교사를 지내며 방학이면 산사를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회복지법인 바른법연구원 김원수 법사(홍익대 교수)를 만났다. 눈이 번쩍 뜨였다.

“<금강경> 공부하는 곳이 있다는 도반의 안내로 바른법연구원을 찾았습니다. 김원수 법사님이 <금강경>을 설명하는데 구절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수행한다며 보낸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아! 이래서 선지식과의 만남을 일대사인연이라 하는구나 싶었지요.”

그는 “선지식(김원수 법사)의 설법을 듣고 나니 <금강경>에서 수보리존자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든 것을 해결하듯 환희심이 차올랐다”고 설명했다. 읽으면 좋다기에 뜻도 모르고 읽던 <금강경> 내용을 알고 읽으니 재미가 났다. 독송 소리는 천상의 선율처럼 들렸다.

당시 경기 광명시의 집, 서울 신림동 학교, 경기 원당의 법당을 매일 오가며, 자시(子時, 밤 11시~새벽 1시)마다 <금강경>을 7회씩 독송하는 ‘자시 가행정진 기도’도 했다. 3년간 <금강경> 독송에 매진하던 어느 날, 김 거사는 수보리존자가 부처님 설법을 듣고 ‘체루비읍(涕淚悲泣)’하듯 눈물이 북받치는 경험을 했다. 그 후 평생을 괴롭히던 말더듬 습관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일체 모든 중생을 남김없이 열반에 들도록 제도하겠다(我皆令入 無餘涅槃)’고 말씀했습니다. <금강경> 독송은 모든 분별과 갈등을 부처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김 거사는 “‘모든 형상들은 다 거짓이고 헛됐다(凡所有相 皆是虛妄)’는 구절은 내 생각, 견해는 모두 틀렸다는 말이다. 내 뜻대로 하면 재앙이 되고, 부처님에게 맡기는 것이 평안과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 풀이했다.

그는 <금강경> 독송으로 얻은 지혜와 가피에 안주하지 않고, 하심(下心)과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한식집을 겸한 무료급식소인 ‘하심정(下心亭)’ 자원봉사는 <금강경> 이론을 실참실수(實參實修)하는 수행처인 것이다.

김 거사는 “하심정을 운영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탐심(貪心)과,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어날 수 있는 진심(嗔心)을 점검한다. ‘<금강경> 마인드 경영’을 준비하며 공부를 계속하니 치심(癡心)도 일어날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는 ‘스스로 하심정에 출가한 사람’이라 말한다. “직장생활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 봉사도 했으니 이젠 고귀한 가치를 위해 살고 싶다”는 그는 스승 김원수 법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올해 초 22년 교직생활도 정리했다.

“업장이 태산 같다는 말을 출가하려니 알겠더군요. 가족, 친지는 물론 도반들도 출가를 극구 만류했습니다.” 흔들렸던 김 거사를 말없이 지켜본 이는 김원수 법사였다. 김 거사는 “누구나 수행은 할 수 있지만 수행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지식”이라 강조했다. 김 거사는 “아직 선지식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선지식 만나기를 발원하라”고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씨앗을 뿌리면서 큰 나무가 되리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발원은 신심과 원력으로 작은 싹을 틔워 큰 나무로 키워가는 것과 같습니다.”

20여년간 <금강경> 독송으로 키운 그의 발원은 하심정의 대들보가 됐다. 반야의 지혜가 만행화(萬行花)로 활짝 핀 그의 발원은 오늘도 미소로 손님들을 맞는다. (02)337-1636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10-16 오후 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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