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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그리는데 있어 정해진 규칙은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전 세계 가족의 자화상을 탐미해온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SIFFF 2008)가 올해로 제2회를 맞았다. 10월 22~28일 7일간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개막, CGV용산 일대에서 펼치는 이 시대의 ‘가족’을 향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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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주제로 한 부분 경쟁 포함 비경쟁 국제 영화제로서 동시대 가족의 초상을 보여주는 가족영화들이 전체 프로그램에 포진돼 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품한 총 120편(장편 50편ㆍ단편 70편) 영화가 선보이는 가족에 관한 공감동감(共感同感)의 축제 한 마당이다.
특히 영화 관람을 통해 가족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만의 기획 섹션 ‘힐링 시네마(Healing Cinema)’ 4편에 주목한다. 이중 두 편의 영화 <미스언더스탠드:23일|CGV용산 6관|19:30>와 <서든리:25일|CGV용산 6관|19:30>는 상영 후 영화 평론가이자 심리학 박사인 심영섭 한국영상응용연구소(KIFA) 소장과 함께 집단 심리 치료의 시간(Healing Guest Visit)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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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치료는 다른 형태의 예술보다 수용자가 텍스트를 그럴듯하고 있음직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핍진성(verisimilitude)이 강하다. 역할극ㆍ내면아이치료ㆍ동일시 기법ㆍ셀프매트릭스 제작ㆍ메타포를 활용한 영화치료 기법을 동원, 수용자의 지각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치유영화 4편 <미스언더스탠드(The Upside of Anger)> <서든리(Suddenly)> <너를 보내는 숲(The Forest of Mogari)> <비터 앤 트위스티드(Bitter & Twisted)>의 주제는 ‘상실’이다. 각기 다른 대륙에서 제작된 이들 작품의 주인공들은 가족 구성원의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자들의 사랑과 슬픔의 여로를 뒤쫓는다. 한 가족의 성장 테 안에서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 상실의 불가항력이 남겨진 가족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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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언더스탠드>는 가족 개개인의 다양한 감정이 한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람난 남편에 대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테리(2005 시카고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는 폭력의 단단한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스웨덴 영화 <서든리>는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와 아들 그리고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잃은 부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비극 앞에 남겨진 이들은 서로를 치유하기 위해 애쓴다.
2007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作 <너를 보내는 숲>은 갑작스레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이별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내면의 풍광을 잡아내는 채색화로 그려진 영상은 마치 독백으로 채운 일기와 같다.
호주 영화 <비터 앤 트위스티드>의 주인공 조단은 고도 비만에 무능력한 직장생활로 쫓겨나기 일보직전이다. 그의 아내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아들 벤은 성정체성의 혼란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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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상실의 영화들은 제각각 살아있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죽음과 삶의 줄다리기 속에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끼냐고 묻는다. 정답은 없다. 가슴 시린 힐링 시네마 속에서 고요의 안식을 선사하는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