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6.2 (음)
> 종합
지상포럼-종교편향 시작과 끝을 말하다
프롤로그-우리는 무엇을 보고 배웠는가?
2008년,
대한민국에 낯선 단어가 풀씨처럼 날려 왔다.
종교편향. 종교편향. 종교편향….

그간 대한민국에서 이 단어는 아주 미미하게 쓰였다.
그러나 이 풀씨는 ‘다종교 사회’라는 토양에 은밀하게
아주 은밀하게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마침내
무성한 줄기와 잎으로 위세를 떨치더니 아뿔싸,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 잡고 말았다.

새로운 정부의 대통령이 장로라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말했던 그의 과거 행보가
새 정부 들어 ‘약발 좋은 비료’가 되었던 것이었을까?
공직 사회에서, 교육현장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심지어 투표소와 경찰서, 지도 만드는 곳에서도
‘종교편향’의 뿌리는 깊고 줄기는 튼튼하고 잎은 무성했다.

그래서 불자들은 분노했다.
헌법의 기본 질서가 파괴되고 민족문화의 중심이 부정되고
특정인의 권위에 편승해 활개를 치는 ‘종교편향’을 강력히
거부하고 규탄하며 경찰청장의 퇴진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존중의 미덕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겠느냐, 그것이 종교의 본령이냐고
20만 불자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법회를 가졌고
상설감시기구를 발족했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권력자의 사과는 미온적이고 세상의 여론은 차가왔다.

밖으로 거부와 규탄의 목소리를 내는 동안
안에서는 자성의 차분한 목소리도 일어났다.
지난 반세기, 불교계의 행보를 찬찬히 돌이켜 보면서
진정 민족문화를 영도해 온 종교로서
변화의 세상과 함께 호흡하기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던가?
반성하자는 목소리도 ‘종교편향’이라는 풀씨처럼 뿌리를 내렸다.

화살이 날아와 몸을 맞혔다면
화살을 뽑고 치료하는 것이 급한 일이지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고 누가 쏘았는가를 따지는 일이
바쁜 것은 아니다.
차라리, 어쩌다가 화살을 맞았는가를 돌이켜 본다면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으리라.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던가?
‘종교편향’의 풀이 더 무성해지기전에, 화살을 뽑는 심정으로
우리의 허술한 방어 자세를 고쳐야 한다.
다종교 사회라는 대지는 변할 수 없다.
종교라는 바람과 햇볕도 변할 수 없다.
변할 수 없는 것을 두드리는 어리석음보다
변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을 고치는 것이 현명하다.

더 강한 뿌리와 줄기와 잎으로 맞설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이켜 보고 앞날을 준비해야 한다.
분노를 초월해 차분한 내적 자성으로
민족의 진정한 영도세력이 되기 위한 지혜 모으기
지금 불교계는 그 지혜의 불사에 나설 때다.

화살을 뽑는 심정으로, 불사를 하는 마음으로
다종교 사회에서의 종교 활동과 표현의 범위를 짚어보고
지난 시간 불교계가 걸어 온 길에 종교편향의 풀씨가
어떻게 착상했는가를 돌이켜 보자.
그리고 공직자의 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과
향후 행보를 전망해 보자.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

임연태 기자 |
2008-10-15 오후 1:53: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6.2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