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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내다보이는 도량 낙산사. 매일 아침 붉은 태양을 들어 올리는 동쪽 바다는 여전히 관세음보살의 품에서 출렁이고, 그 물결 끝에는 낙산사의 또 다른 일주문 홍련암이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안아주고 있다.
석탑은 세월에 제 살을 떼어주고, 사라진 천 년 위에는 또 다시 천 년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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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큰 불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도량은 불사(佛事)로 여전히 분주하다. 잃었던 숲에 새살이 돋고, 황토 빛 원장(垣墻) 너머엔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원통보전(圓通寶殿)이 꿈처럼 다시 서있다. 법당에서 목탁 소리가 들려오고, 법당을 지키던 석탑은 오랜 신하처럼 새로운 세월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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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상 앞에 엎드린 스님의 작은 몸짓 위로 가을바람이 지나가고, 스님이 지고 온 걸망 곁에는 가을 햇살이 다가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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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절보다 어려운 시절이 많았던 낙산사. 그러나 이제 그 길었던 천 년은 오늘 하루보다도 짧은 시절이 되어 돌아왔다. 아직은 산새 소리 들리지 않고 울창한 숲을 걸을 수 없지만, 오늘 하루는 다시 천 년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원통보전 담장 밑에 하얀 가을꽃이 피었다. 의상대 위로 갈매기가 날고, 아이들이 하얀 꽃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