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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6일 ‘법보 <한글대장경> 완간 회향법회’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은 1만여 대중으로 가득 찼다. 불법 전래 1600여년, <고려대장경> 완성 700년 만에 우리말로 다시 태어난 <한글대장경>에 불자들은 환희심으로 가득 찼다. 설립 37년 인고 끝에 318책을 발간한 동국역경원(원장 월운)에는 찬사가 잇따랐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역경사업은 도제양성, 포교와 함께 조계종 3대사업이다. 하지만 종단 내 역경원 위상은 초라하다. <한글대장경>은 오역과, 누락 등 불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대중적이지 못한 분류법에 연구자들마저 외면한다.
이런 가운데 동국역경원은 10월 9일, 롯데호텔에서 ‘전국 대강백 초청 설명회’를 개최하고 종단적 관심과 지원을 긴급호소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대강백은 10여명. 역경원장 월운 스님을 비롯해 종진 스님(해인사 율주), 통광 스님(칠불사 회주), 혜거 스님(금강선원 원장), 종범 스님(중앙승가대 총장), 혜남 스님(통도사 율주), 정원 스님(능엄학림 학감), 초격 스님(중앙종회 의원), 묘엄 스님(봉녕사 승가대학장), 혜원 스님(동국대 불교대학장)이 참석했다.
◇오류ㆍ누락부터 바로 잡아야
종진 스님은 ▲<고려대장경>과 다른 편제 ▲오역ㆍ누락 ▲혼재된 문체 등을 지적했다. 스님은 “<한글대장경>이 <고려대장경>과 편제도 다르고 내용도 부실하다. <신수대장경>의 오역과 누락을 답습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 말했다. 문체의 혼용에 대해서는 “한 게송이 3가지 문체인 경우도 있다. 직역과 의역이 섞여있다”고 설명했다.
혜남 스님은 “직역하면 한문이 낫다하고, 의역하면 번역이 잘못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중국에서 역경할 때는 번역자와 필력자, 윤문자가 따로 정해져 있었다. 공동번역을 하더라도 윤문과 감수는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광 스님은 “번역이 제대로 안된 부분은 전산화를 우선하고,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교정작업 하면 용이할 것”이라 제안했다.
◇대중에 부합해야 좋은 번역
종범 스님은 “글만 새기는 것이 번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운허 스님의 <능엄경>은 의미전달에 충실하고, 탄허 스님 번역들은 한문을 어떻게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사례”라고 소개하며, 단순 한자번역이 아닌 대중에 부합하고, 호응된 번역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혜남 스님도 “대만 불광사를 찾았을 때 법회를 마친 성운 스님에게 스님의 모친이 ‘어머니가 아들 말을 못 알아듣는데 누가 알아들었겠느냐’며 꾸지람하는 것을 들었다”며, 대중에 부합된 번역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광 스님은 “<한글대장경> 발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중요경전을 선택해 대중적으로 재가공해 유포하자”고 말했다. 정원 스님은 “<한글대장경> 읽기 가이드를 제공해 일반 불자들이 <한글대장경>을 쉽게 읽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 제안했다.
◇발간 후 피드백 결여
종범 스님도 역경의 ▲시대성 ▲필요성 ▲대중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2001년 회향 후, 대중의 반응을 살폈는지 묻고 싶다”며, “일반 불자와 전문가 중 누가 읽고 있는지, 어떤 경전이 주로 읽히는지를 살펴 이념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거 스님은 “민추(現 한문고전번역원)는 고액의 회원등록을 해야 낱권 구입이 가능하다”며, “번역사도 양성하며 독자운영 하는 민추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스님은 “1사찰 대장경 모시기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역경사 양성 중요
혜거 스님은 역경사 양성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스님은 20여년 전부터 금강선원 신도들에게 한자교육을 강화해 성공한 사례를 들어, “일반인을 역경사로 양성하자”고 촉구했다. 혜거 스님은 “역경사의 신분과 재정 보장이 역경사 양성에 중요하다”며, “불교대학대학원 등 교육기관을 활용해 역경관련 학위를 주자”는 제안도 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혜원 스님도 <한국불교전서> 번역 사업 진행의 어려움 등을 들어 역경인력의 확충을 촉구했다.
◇종단 관심 뒤따라야
초격 스님은 역경도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역경에 정진하는 역경도량과 별도로 역경후원사찰을 두자”고 제안했다. 묘엄 스님 등은 “역경원 사업을 적극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역경원은 2009년 회향을 목표로 <한글대장경> 전산화와 개역작업을 병행 중이다. 디지털화한 대장경 콘텐츠를 음성 및 점자로도 제공하고, 사지와 사기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번역사업도 펼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