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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공포와 식품안전
동국대 식품공학과 이광근 교수
필자가 멜라민(melamine)이 국내식품에서 검출되어 이슈화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몽골 출장 중 뉴스를 통해서였다. 몽골국립대학의 식품학 담당 교수가 급하게 중국산 분유가 몽골로 바로 수입되어 많이 팔렸다는데 이를 어떻게 대처하면 되느냐며 필자에게 묻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국내 상황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이제 멜라민 사태는 국경을 초월하여 전 세계적인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식탁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인자들이 출몰하였다. 감자튀김류의 아크릴아마이드, 통조림의 퓨란, 분유의 사카자키균,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이물질(異物質) 사건까지 정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식품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사건이 터질때마다 유해인자의 특성, 재발 방지, 저감화 대책에 대해 질의를 받느라 진땀을 흘리곤 했다.

여러 식품안전 사태와 비교해 볼 때 이번 멜라민은 완전히 성격이 다른 위해인자라고 할 수 있다. 미리 말해 두자면 이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탐욕의 결정체이다. 그럼 왜 그럴까? 최근 문제시된 식품위해인자 중 이물(異物) 사건은 물리적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생산자나 유통담당자의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이다. 방지할 수 있는 실수라면 HACCP의 강화로 예방할 수 있다. 사카자키균은 미생물적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생산자의 실수나 환경적 인자로 인해 특별한 식중독균이 생장하여 문제를 일으킨 경우이다. 아크릴아마이드와 퓨란은 화학적위해요소로 식품의 기호성 향상을 위해 새로운 공정을 도입한 결과물이다. 이 두 화합물은 식품공학자들이 새로운 식품류를 개발하려다 생겨난 공정위해인자이다. 감자튀김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기름을 사용하고 저장성을 늘이기 위해 통조림공정을 투입한 결과이다. 하지만 멜라민은 아주 의도적으로 인간의 욕심에 의해 식품에 투입된 결과물이다.

멜라민은 절대 식품원료나 첨가물이 되어서는 안되는 화합물이다. 따라서 당연히 식품내 규제치도 없다. 공업용화합물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요소비료를 열처리하여 생산한 것이다. 주로 염료나 플라스틱 접착제로 많이 쓰인다. 이 화합물이 분유를 포함한 유제품에 첨가된 것은 이것이 가진 질소원소 때문이다. 멜라민은 1 분자당 6개의 질소원소를 함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질소함량이 높다. 중국 우유생산업체들이 노린 것이 바로 이 부분인데 인위적으로 물을 섞어 부피를 늘인 불량우유의 품질 합격점인 질소함량 26%를 달성하기 위해 멜라민을 첨가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멜라민은 절대 식품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화합물로 신장결석 등 치명적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 9월 22일까지 5만명 이상이 발병되고 그중 입원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만28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거의 대부분 어린이나 영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중국영아 4명이 사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멜라민의 독성과 섭취량에 대해선 여러 학자들이 건강한 어른의 경우 국내에서 문제가 제기된 과자류를 어느 정도까지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고 필자도 동의한다. 복잡한 용어와 수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주식(主食)이 아닌 이상 건강한 어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아와 어린이의 경우 식품선택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지나치게 싸거나 선명한 색이 포함된 가공식품은 자녀의 건강을 위해 피해달라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들도 한 과자제품에 대한 위해도는 낮다고 할 지언즉 현재 얼마나 많은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될지 모르는 실정이기 때문에 여러 가공식품을 섭취할 때의 위해도는 신중하게 평가돼야 한다. 이러한 사태로 인해 필연적으로 앞으로는 가공식품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우리는 이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자연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국내 식품생산업자들은 멜라민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문제가 없지만 수입되는 재료에 대해서는 일본과 같이 보다 안전한, 다시 말해 고급화된 재료를 수입하기 바란다. 식약청 담당자들은 현재 매우 바쁘고 피곤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들의 고충을 이해해 주길 필자는 바란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명확히 짚고 넘어갈 것은 이미 멜라민에 대한 경고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들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대상 식품류를 지정하고 모니터링 및 재발방지를 위해 준비를 했었어야한다. 이제 식품안전 이슈는 문제가 된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문제가 되고 있다. 지구 어디선가 식품안전의 이슈가 터졌다면 이는 곧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를 필자는 식약청에 당부하고 싶다. 당연히 이들 준비에 필요한 인력 및 제반사항은 충분히 정부에서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이광근 교수(동국대 식품공학과) |
2008-10-07 오후 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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