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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보다 더한 쪽빛으로 쾌청한 가을 하늘, 농악소리는 창공을 찢고 색색의 만장은 허공을 가른다. 백제식 전통복장을 갖춘 200여명의 사람들이 소달구지 가득 소금을 싣고 구성지게 소리를 읊는다.
고창 선운사(주지 법만)는 9월 27~28일 ‘도솔천, 그 희망의 나라를 꿈꾸며’를 주제로 제1회 선운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보은염 이운식을 비롯해 영산대재, 전통다례시연 및 시음, 산사음악회, 학술세미나, 지역특산물 직거래장터 등이 펼쳐져 선운사 사부대중이 지역민이 화합의 한마당을 이뤘다.
보은염 이운행렬은 오전 10시 고창군 신원면 검단마을을 출발해 오후 12시경 선운사 입구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출발한 행렬은 오후 1시 40분경 선운사 천왕문에 도착했다. 천왕문 앞에서 기다리던 스님들과 주민들은 보은염을 꽃가마에 옮겨 싣고 대웅전과 영산대재가 봉행될 특설무대로 이운했다.
1500여년 전 고창 도솔산에는 도적이 많았다. 선운사 창건주인 검단 스님은 도적들을 교화하고자 소금 굽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스님 은덕에 보답하고자 해마다 봄ㆍ가을이면 선운사에 소금을 공양했다. 마을 사람들은 선운사에 공양 올리는 소금을 ‘보은염(報恩鹽)’이라 부르고, 마을 이름은 ‘검단리’라 했다. 보은염을 공양하는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주민대표로 행사를 준비한 주길선 위원장(보은염이운추진위원회)은 “1500년 이어진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보은염 헌공, 영산대재로 이어져
이운된 보은염이 반야등ㆍ해탈향ㆍ감로다ㆍ만행화ㆍ보리과ㆍ선열미 등 6가지 공양물과 함께 부처님 전에 오르며 영산대재가 봉행됐다. 인도 영취산(靈鷲山)에서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한 모습을 재현한 영산재는 보은염을 공양한 지역주민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더했다.
◇차(茶)문화 체험 프로그램 인기
“녹차 맛이 너무 좋아요!” “차향이 마음을 편한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선운사 만세루는 선운사 차를 맛본 대중들의 탄성으로 가득했다. 한국차문화협회 전북지부 회원들의 봉사로 열린 시음회는 황차와 선운사 녹차, 말차가 제공됐다.
특설무대에서는 조선시대 여인들이 차 마시던 예법을 재현한 ‘규방다례’가 시연됐다. ‘규방다례’는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 선사의 <동다송>및 <다신전>에 나타난 차문화예절법을 기초로 현대에 새롭게 복원된 전통 다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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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가득한 희망 메시지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1500년 전,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 스님처럼 모든 중생이 더불어 잘사는 희망공동체를 꿈꿉니다…. 꿈을 가진 자만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꿈이 있어야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꿈이 있기에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녁 7시, 꽃무릇 가득한 산사에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할 무렵, 산사음악회 시작에 앞서 희망 메시지를 낭독한 주지 법만 스님의 목소리는 범음이 되어 울려 퍼졌다. 스님의 희망 메시지는 타악그룹 얼쑤의 힘찬 울림으로 이어졌다.
법현 스님(선운사 前 주지)을 비롯해 이강수 고창군수, 박현규 군의회의장, 김춘진 국회의원 등 사부대중 2000여명은 얼쑤에 이어 범능 스님, 잉카의 후손 시사이, 신세태 퓨전국악그룹 헤이야, 정태춘·박은옥 등 다섯 희망손님의 음성공양에 화현한 ‘희망 메시지’를 흥겹게 맞이했다.
◇지역 특산물 직거래 장터 열려
“복분자주 맛이 좋네요.” “예쁜 한과가 맛도 있고 저렴해서 너무 좋아요.” 선운사 천왕문 앞에서는 고창 지역 특산물과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지역 특산물 직거래 장터가 펼쳐졌다.
27~28일 진행된 장터는 선운사 특산물인 명차ㆍ자염 등과, 복분자ㆍ복분자 한과 등 고창 지역 특산물이 저렴하게 판매됐다.
◇학술세미나로 공식 행사 마무리
문화제 둘째날인 28일 오후 2시 선운사 세미나실에서는 ‘도솔산 선운사의 역사와 인물’을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기조강연한 성관 스님을 비롯해 김상현 교수(동국대), 최성렬 교수(조선대), 오경후 박사(동국대) 등은 각각의 주제발표에서 선운사 창건부터 고려, 조선, 근현대까지의 1500여년의 선운사 역사와 큰스님들의 행적과 저서 등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했다.
한편 선운문화제와 함께 선운사 성보박물관에서는 9월 23일부터 2개월간 ‘임희진, 생멸(生滅)의 만다라’ 기획초대전도 한창이다. (063)561-1422